‘집단분쟁’ 조정 제도란…
가장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포스트 코로나로 여행 수요가 회복하면서 여행상품에 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니, 손해액에 비해 번거롭습니다. 이러한 경우와 유사한 사례에서 ‘집단분쟁 조정’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유) 광장의 정수진 변호사와 가장현 변호사 두 분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Q. 집단분쟁 조정이란 무엇인가요? 집단분쟁 조정은 어떤 경우에 신청할 수 있나요?
A. 집단분쟁 조정이란 다수의 소비자에게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한국소비자원 내에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분쟁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소비자기본법 제68조).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① 물품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같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소비자 수가 50명 이상이고 ②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공통돼야 합니다(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56조).
통신서비스‧아파트‧자동차‧회원권‧보험 등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영역에서 사건의 중요한 부분이 같다면 집단분쟁 조정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Q. 집단분쟁 조정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소비자 집단 피해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고자 하면 소송비용이 피해액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흔하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관련된 당사자가 많아 절차상 번거로움과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집단분쟁 조정에서는 소비자와 기업이 조정안에 동의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조정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소비자기본법 제67조). 당사자 일방이 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재판에서 승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원으로부터 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은 집단분쟁 조정을 통해 민사소송보다 더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피해에 대한 효과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 집단분쟁 조정을 통해 약 80만 명의 게임 이용자들이 총 약 219억 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집단분쟁 조정 사례입니다.
Q. 집단분쟁 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나요?
A. 소비자‧사업자, 한국소비자원, 국가‧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는 앞서 설명한 요건을 갖추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 조정을 의뢰 또는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을 받은 조정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요건이 충족된 경우 집단분쟁 조정 절차를 개시합니다.
조정위원회가 집단분쟁 조정 사건을 개시하면 일정 기간 동안 집단분쟁 조정의 당사자가 아닌 소비자 또는 사업자로부터 그 분쟁 조정의 당사자에 추가로 포함될 수 있도록 참가신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같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참가신청을 통해 집단분쟁 조정 절차 중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조정위원회는 사건을 검토하고 분쟁조정회의를 개최한 후 조정결정을 내립니다. 양 당사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분쟁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양 당사자 모두 내용을 수락하거나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돼 분쟁 조정의 내용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한편, 조정위원회는 집단분쟁 조정 내용을 수락한 사업자에게 집단분쟁 조정의 당사자가 아닌 소비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이를 수락할 경우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즉, 집단분쟁 조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다 확실하게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집단분쟁 조정에 처음부터 참여하거나, 참가신청을 통해 중간부터라도 참여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 정수진(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
정수진 변호사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서울고등법원(공정거래 전담부, 형사 부패‧선거 전담부, 상사‧기업 전담부 등),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등 각급 법원에서 고법판사 또는 판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두루 담당하여 재판 실무에 정통합니다. 또한 사법연수원 기획교수 및 서울고등법원 공보관 등을 역임해 사법행정 업무에 관한 경험도 쌓았습니다. 정 변호사는 오랜 기간 법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공정거래, 상사‧기업, 기업형사, 건설‧부동산, 행정, 가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가장현(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
가장현 변호사는 2013년 법무법인(유) 광장에 합류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로서 공정거래, 기업인수‧합병, 기업지배구조 및 기업일반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