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대학 입시 제도와 관련해 "성적순으로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찾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해 거기에 빠져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8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부모의 경제력과 경제력이 반영된 거주지역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 (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 그런 각도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 사시는 분들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강남 부모도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섯 살 때부터 학원 보내고 이게 행복한지, 나중에 좋은 대학 가서 부모 요구에 달성하면 좋겠지만 만약 중간에 달성하지 못한 아이에게는 평생 짐을 지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사회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왜 교육 전문도 아닌 한은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비난도 듣는데 저는 저희 보고서에 자부심이 있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저희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서 이 나쁜 균형을 벗어날 수 있으면 당연히 저희 것보다 먼저 하시면 좋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도 한은의 교육 등 구조 개혁과 관련한 의견 제시에 대해 "우리(한국 사회)가 여러 과제를 갖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한은이 문제를 제기해줘서 감사하다"며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