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가 회계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 경쟁 구도가 이제 ‘1강·2중·1약’ 체제로 확실히 굳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삼정KPMG의 경우 컨설팅 부문이 매출에 함께 포함되어있는데도 불구, 컨설팅을 제외한 삼일PwC의 실적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컨설팅 펌의 중요성이 도드라졌다. EY한영의 경우 처음으로 컨설팅 부문에서 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서며, 삼정KPMG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반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회계법인 매출로는 EY한영을 넘어섰지만, 부진한 컨설팅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일PwC는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에 매출 1조2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9722억 원)보다 5.2% 성장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인건비가 늘어난 탓에 같은 기간(270억 원)보다 6.7% 감소한 25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1조 원 돌파는 부문별 고른 실적 향상 덕분이다. 삼일은 회계감사, 세무자문, 경영자문수익으로 각각 3601억 원, 2597억 원, 4032억 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8.9%, 3.2%, 3.3% 는 수치다.
이번 수치가 더 놀라운 것은 별도 법인인 PwC컨설팅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이다. PwC컨설팅은 3900억 원의 매출액을 공시했던 바 있다. 이에 PwC코리아(삼일PwC+PwC컨설팅) 전체 매출액은 1조413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1조3685억 원)보다 3.2%가량 매출이 성장한 수치로 역대급 매출 규모다.
아울러 EY한영도 이날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에 매출 7828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한영회계법인에서 4804억 원, EY컨설팅에선 매출액 3024억 원을 기록했다. EY컨설팅과 EY관세법인, EY KDS 등을 합친 수치다.
특히 EY컨설팅의 경우 지난해 매출 2000억 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데 이어 1년 만에 3000억 원 선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4월 결산법인인 삼정KPMG는 매출 8525억 원, 당기순이익 7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컨설팅이 별도법인으로 빠져있는 나머지 3개 법인과는 달리 컨설팅 실적까지 포함된 수치로, 일각에서 주장하던 2강 체제는 사실상 막이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22년 회계연도 매출액을 살펴보면, 삼일PwC가 1조368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정KPMG가 8401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EY한영이 8035억 원으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삼일PwC와 삼정KPMG의 매출이 각각 400억 원, 100억 원대 올랐고, EY한영은 약 200억 원 줄어들었으나 큰 틀에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1강·2중·1약’ 체제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부터 14년간 삼정KPMG를 이끄는 김교태 회장이 다시 한번 4년 임기를 연장하면서 2029년까지 총 19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유지하는 부분도 업계에선 화제다. ‘1강·2중·1약’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쇄신보단 안정을 택한 삼정KPMG가 다음 회계연도엔 김 회장을 구심점으로 삼일PwC에 이어 매출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5월 결산법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2023회계연도(2023년 6월 1일~2024년 5월 31일) 매출 6157억 원을 기록했다. 안진회계법인은 5150억 원,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는 10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점차 컨설팅 매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포인트다. 안진회계법인의 경우 회계법인 매출로는 EY한영을 350억 원가량 앞섰지만, 컨설팅 실적이 1000억 원대로 부진하면서 3000억 원을 넘어선 EY한영에 크게 뒤진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