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BIFF 개막작 '전,란'…장르적 재미·사회적 메시지 골고루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 란' 기자회견에서 배우 강동원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이자 최대 관심작인 김상만 감독의 영화 '전,란'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2일 BIFF는 언론시사회를 통해 강동원, 박정민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최초 공개했다. BIFF가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개봉 전부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은 "그간 넷플릭스 작품은 어떤 영화제 후보에 오를 때마다 계속해서 논란이 있었다"라며 "논란 자체에 질문을 해봐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OTT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영화 관람 및 산업 지형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이어 "한 공간에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하는 특별한 경험을 관객들이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높은 퀄리티와 기술, 새로운 형식의 표현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미술 감독을 맡으며 박찬욱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섬세하게 조언을 해줬다"라며 "후반 작업 과정에서 다소 관성적이었던 편집본을 보고, 원래 의도를 살려 마무리하도록 도와줬다.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동원은 "자유로웠고, 편하게 마음껏 연기했다"라며 첫 노비 역할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박정민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치열하게 만든 영화"라며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

▲영화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전,란'은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이었던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신분을 초월해 깊은 우정을 쌓는다.

과거에 응시할 나이가 된 종려는 무예를 갈고 닦지만, 번번이 낙방한다. 그런 종려를 대신해 무예가 출중한 천영이 면천(免賤 : 천민에서 평민의 신분이 됨)을 조건으로 대신 무과를 본다. 천영의 재주로 장원 급제한 종려는 바로 선조를 호위하는 무사로 발탁된다. 하지만 종려의 아버지가 면천의 약속을 어기고, 천영을 암살하려고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반상(班常)의 규율이 무너지면서 종려의 가족은 자신들이 거느리던 노비들에게 몰살당한다. 선조의 호위를 위해 먼저 한양을 떠난 종려는 이 같은 비극적인 소식을 뒤늦게 접하는데, 가족들의 비참한 최후가 천영의 짓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영화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전,란'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눌 수밖에 없었던 두 남자의 비극을 통해 신분제의 폐단과 전쟁의 참상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다. 특히 선조의 명으로 백성들이 배를 타지 못하게 막아서는 종려의 액션과 의병으로 분해 왜적을 물리치는 천영의 액션이 교차로 편집된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다.

전쟁 이후 선조는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충신을 죽이고, 왜장을 신하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설정은 일제강점기가 종식한 뒤 여전히 득세했던 친일 세력과 부패한 독재 정권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전쟁영화의 외피를 두른 '전,란'에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다.

해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종려와 천영 그리고 왜장의 '1:1:1 검술 장면'이 '전,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종려는 천영의 진심을 뒤늦게 깨닫고 오열하는데, 줄곧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던 영화가 급하게 화해와 용서의 결말로 귀결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영화 '전,란'은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