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외 가정에서 규제할 수 없는 ‘미봉책’
애플이 아이패드(iPad)를 처음 출시한 2010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가 새로 나온 아이패드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잡스는 단호히 답했다.
가정에서 아이가 제한 없이 기술을 사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잡스의 대답은 약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부모들에게 회자된다.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이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자리하면서, 아이의 스마트 기기 사용 규제에 대한 논란이 식을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러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학교와 부모의 고민을 전하며 ‘스마트폰 금지법’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아들이 밤 몰래 일어나 게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주의하면 좋을까요?”
일본의 한 IT 기업의 창업자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자, 같은 경험을 가진 친구·지인의 댓글이 잇따랐다. 이들은 “수면 부족 등의 악영향으로 설득한다”, “기기의 스크린 타임을 설정해 이용 시간을 제한한다”, “질릴 때까지 시킨다” 정도의 조언을 전했다. 정확한 해법은 찾지 못한 모양새였다.
이처럼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세계 각지의 부모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IT(정보기술) 기기의 이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등장했다.
최근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6년 7월까지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 혹은 금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스마트폰 이용 나이가 점점 낮아지면서 ‘스마트폰 중독’이나 ‘괴롭힘’ 등의 문제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비단 캘리포니아주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교육 미디어 에듀케이션위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교내 스마트폰 이용을 규제하는 법률을 시행한 주는 15곳에 이른다. 다른 나라로는 네덜란드와 뉴질랜드가 각각 올해 1월과 4월부터 교내 스마트폰 이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내년 1월부터 기존 규제에서 더 강화할 방침이다.
오래전부터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학습 방해 요소로 꼽혀왔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스마트폰에 의한 주의 산만이 ‘큰 문제’라고 보고 있는 교사의 비율이 33%에 달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한정하면 72%까지 치솟는다.
다만, 학교 외의 장소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아이들은 학습을 위한 영상 시청ㆍ필기 등에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 올해 2월 NPU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56%가 “휴일이나 공부 목적으로의 스마트폰 이용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미 보호자연합(NPU)의 켈리 로드리게스 회장은 “모든 가정은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의 전면 금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가 오히려 ‘집중력 향상’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스마트폰의 놀이와 학습ㆍ중독과 집중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기술에 익숙해져 사실상 ‘제한ㆍ규제’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닛케이의 한 기자는 자기 아들이 다니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무선 LAN을 통한 생성형 AI ‘챗GPT’의 접속을 금지했지만, 가상 사설망(VPN) 등으로 우회 접속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전했다. 결국, 해당 학교는 규제 자체를 포기했다는 후문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학교의 규제가 가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난제로 꼽힌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절하게 규제해야 할지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과제로 보는 미국 부모는 76%에 달했지만, 43%가 제한 방법 등에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의 ‘아버지’로 불리는 잡스는 정작 자신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금지했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나온지 14년이 지난 지금, 잡스의 대답은 그대로일까. 닛케이는 스마트폰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된 현대사회에서, 잡스의 대답은 울리지 않는 메아리처럼 남아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