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타격 가능성 고조
“호르무즈 해협 혼란시 유가 배럴당 200달러 급등할 수도”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중동 정세 불안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석유 시설 타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61달러(5.15%) 뛴 배럴당 73.7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3.72달러(5.03%) 급등한 배럴당 77.62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WTI와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으로 각각 8월 29일, 8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WTI는 이번 주 들어서만 8% 넘게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세를 부추긴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이 보복하는 것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라며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D 증권의 상품 전략가인 대니얼 갈리는 “바이든의 발언은 유가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아마도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일일 약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이중 절반 정도를 수출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수출항을 비롯한 석유 시설을 공격한다면 생산이나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수출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경우 일일 15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수출통로다. 해당 해협에 혼란이 발생하면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갈리 전략가는 “문제는 예비 석유 생산 능력이 중동, 특히 걸프만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을 감행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야르네 쉴드롭 수석 상품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면 원유 중개상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을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실제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둔화로 간신히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이는 11월 미국 대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실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그간 감산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차질을 상쇄할 수 있는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의 글로벌 시장 분석 책임자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중동에서 전투가 격화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OPEC+가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