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가 가상자산 믹서 플랫폼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들에 대한 변호 기금에 100이더리움(ETH)을 또다시 기부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토네이도 캐시를 일부 옹호하는 의견이 나오는 데는 개발자 중심 문화가 반영된 영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6일(현지시간)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인 알렉세이 페르체프와 로만 스톰의 법률 지원 기금인 ‘프리 알렉세이 앤 로만(Free Alexey & Roman)’에 100이더리움(ETH)을 기부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기부로, 현재까지 해당 기금에는 총 327ETH 이상이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 페르체프는 2년 전 네덜란드에서 체포돼 올해 5월 5년 4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로만 스톰은 작년 8월 미국 법무부로부터 자금 세탁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돼 12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가상자산을 전송할 때 추적당하지 않게 해주는 프로토콜(믹서)로, 익명성, 탈중앙화, 개인정보보호 등을 중시하는 가상자산 업계 특징을 보여주는 프로토콜 중 하나다. 다만, 가상자산 송금 내역을 추적할 수 없게 하는 특성상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믹싱 기술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자금세탁 위험에 방점을 두고, 악용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글로벌 가상자산 보안 업체 서틱(CertiK)은 공식 X(구 트위터)를 통해 올해 3분기 156건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중 30건, 2억8700만 달러의 자금이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세탁됐다고 밝혔다.
앞서 8월에는 쉬밍싱 OKX 설립자가 X를 통해 “OKX에 토네이도 캐시나 러시아 가상자산 거래소 가란텍스 등에서 출금한 자금을 입금하거나 이곳으로 출금하는 경우 OKX 계정을 삭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제재가 법률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업계에도 위협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4월 미국 블록체인 협회는 로만 스톰의 기소에 대한 탄원서에서 “토네이도 캐시는 전송된 가상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고 운영되며, 개발자는 프로토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지 않는다”면서 로만에게 제기된 무면허 송금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가상자산 산업뿐 아니라 핀테크에 대한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프리 알렉세이 앤 로만(Free Alexey & Roman)’에는 비탈릭 부테린뿐 아니라 지케이싱크(ZKSynk) 개발자 그룹인 메터랩스(Matter Labs) 역시 1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들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강하다. 특히 북한의 해커그룹인 라자루스가 탈취한 가상자산을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주로 세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정보보호보다는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프로토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는 개발자 중심의 문화가 약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해외 블록체인 업계에는 개발자 중심 문화가 강해,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국내는 정서상 토네이도 캐시를 옹호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나서서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아무래도 개발자 커뮤니티라고 불릴만한 ‘집단’이 없고,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공론화할 수 있는 스피커 자체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초기에 활발히 활동하던 스피커 역시 개발자가 아니거나 현재 다양한 이유로 업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긴 힘든 환경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 출신 블록체인 개발자 역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개발자는 사실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익명으로 트위터에서 글로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개발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