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용 전문의약품 부족에 사람용 의약품 쪼개서 사용
시장에 허가된 반려동물용 전문의약품이 부족해 현재 동물병원에서 쓰고 있는 의약품 중 약 70%가 인체용 의약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할 목적으로 약국개설자로부터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구입해 동물에게 처방·조제·투약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 의약품을 해외 처방 사례를 참고해 반려동물의 몸무게에 맞춰 소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에 발맞춰 동물용 의약품 시장으로의 진출이 늘고 있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관계사 대웅펫은 최근 반려동물 시장 성장과 반려동물 전문의약품 수요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용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본격화했다.
대웅펫은 해당 CRO 사업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허가 및 임상시험 관련 컨설팅을 포함한 임상시험 전 과정을 지원한다.
대웅펫은 지난해 3월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실시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또 연내에 올해 동물용 의료기기 임삼시헝 실시기관 승인도 앞두고 있다. 동물 의약품은 물론 동물용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컨설팅과 임상시험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문재봉 대웅펫 대표는 “대웅펫은 반려동물 의약품 임상 CRO로 국내 최초 반려동물 의약품 품목허가 승인과 다수의 품목허가용 임상시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축적된 독보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좋은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웅펫은 그간 대웅제약의 대표품목의 이름을 따 반려동물 전용제품을 출시해왔다. 2022년 반려동물용 프리미엄 영양제 ‘임팩타민펫’을 선보였고, 올해 4월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소화효소보조제 ‘베아제펫’을 출시했다. 간기능 개선제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활용한 정제형 동물용 의약품 ‘유디씨에이정(UDCA정)’도 올해 5월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2021년 동물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다. 캐니돌의 주성분은 동국제약의 대표 잇몸약인 인사돌플러스와 같은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후박추출물이다. 동물 임상을 통해 반려견 치주질환에 대한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1월부터는 약국전용 규격 60정을 출시하며 동물 약국으로 유통을 확장했다.
신약개발 벤처기업 지엔티파마도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의약품 ‘제다큐어’를 2021년부터 판매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승인을 받은 국내 최초 동물용 의약품 합성신약인 제다큐어는 유한양행에서 유통하고 있으며 국내 1900여 개 동물병원에서 판매되고 있다. 검역본부는 올해 6월 제다큐어의 반려견 뇌전증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지엔티파마는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제다큐어의 적응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체용 의약품으로 만족하지 않고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이유는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가축의 질병 관리를 위한 축산용 의약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려견·반려묘 등 전용 제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와 같이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에게 처방하고 이를 소분하는 과정에서 약물 고유의 속성이 손실되거나 다른 약물과 섞이면서 효능·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분쇄된 상태에서 나는 쓴 향으로 인해 동물이 투약을 거부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향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9년 1억1074만 달러(약 1493억 원)에서 연평균 4.3%씩 성장해 2027년 1억4072만 달러(약 189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