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S 성과급 영향으로 실적 하락”
전영현 부회장 “회사 앞날에 걱정 끼쳐…송구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D램의 판매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 원,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기록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를 내고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사업부는 성과급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견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이 있었다”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3E는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D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SDC(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20.02% 증가한 80조9003억 원, 영업이익은 342.63% 증가한 10조 7717억 원으로 추정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이전부터 증권가에서도 일회성 비용과 HBM3E 등을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영업이익 부진은 일회성 비용, PC, 모바일 가격 부진, HBM3E 부진에 따른 제품믹스 부진,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하회하는 스마트폰(MX) 수요, 레거시 메모리 수요 둔화, 비메모리 적자 폭 전분기 대비 확대, 경쟁사 대비 늦은 HBM 시장 진입까지 DS부문 우려 가중”이라며 “환율 영향, 일회성 비용(1조5000억 원 내외)도 수익성 훼손 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위기 극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분의 적자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부분도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분사보다는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 회장은 7일(현지시간) 경제사절단으로 방문한 필리핀에서 외신 기자와 만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을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 여부에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