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 초과 영업점 여신사고는 올해 8월까지 1000억
지난 5년(2019~2023년)간 1건 150억 원에 그쳐
“금융권 횡령사고가 내부 직원들에 의해 치밀해지고 대형화되고 있다.”(9월3일,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실무작업반 회의 중 금융당국 관계자 발언)
금융당국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은행권 횡령은 인력 감축으로 인한 내부통제 악화가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 중 대다수는 여신프로세스 허점을 잘 아는 은행 내부직원이 부당대출을 주도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횡령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11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IBK기업·Sh수협·부산·광주은행, iM뱅크)은 이달 중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실무작업반 회의(TF)’를 진행한다.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연내 모범규준 개정할 계획이다.
또 은행권이 제출한 개선계획, 검사 과정에서 식별된 여신 프로세스상 취약점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주요 개선과제는 △여신 중요서류에 대한 진위확인 절차 강화 △담보가치 산정 및 검증 절차 개선 △임대차계약의 실재성 확인 강화 및 자금의 용도외유용 사후점검 기준 보완 등이다.
지난달 3일 첫 킥오프 회의를 열고 은행권 공통의 여신 프로세스 보완 필요성과 개선 추진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0억 원 초과 영업점 여신사고는 지난 5년(2019~2023년)간 1건(15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8월까지 7건, 987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건이 일부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영업점 여신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취약 이유가 은행권 조직 및 인력 슬림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점포·인력 축소 등으로 영업점 직원의 업무부담이 증가하며 자체 내부통제상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업점장 전결여신 대상의 본부부서 감리도 대폭 감축되는 등 영업점 여신에 대한 전반적인 내부통제 수준이 약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횡령사고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권 횡령사고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건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국감 증인석에 서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약 3년 9개월 동안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616억 원의 대출을 집행했고 그중 350억 원이 부정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55억 원대의 대출 사기와 2년 전 800억 원 이상의 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가 지적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감축과 횡령사고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업무 부담이 늘면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은행 조직 슬림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익성 강화를 위해 본부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특화점포 확대 등을 통해 당분간 수익성을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도 서두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은행 중 처음으로 감독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내년 1월 본격적으로시행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 업무에 따른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무구조도에 작성된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