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의 기술 자료를 경쟁 하청업체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HD한국조선해양에 대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로 전신은 현대중공업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에 벌금 2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하도급업체에 기술 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 회사 직원 한모 씨와 해당 자료를 경쟁업체에 제공한 김모 씨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 직원들은 현대중공업 시절인 2015~2016년 회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자 일부 품목 하청업체 이원화를 통한 경쟁을 유발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기존 하청업체였던 A 사에 피스톤 개발과 관련한 검사표준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 등을 요구한 뒤 이를 경쟁업체인 B 사에 넘겼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은 A 사와의 거래에서 피스톤 가격을 인하했고, 최종적으로 거래 업체를 아예 B 사로 변경했다.
쟁점은 HD한국조선해양 직원들이 넘긴 자료가 기술 자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기술 자료란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 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등으로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 관리성을 충족해야 한다.
1심과 2심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이 B 사에 유출한 자료가 기술 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A 사에 요구한 자료는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피해 회사의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고 이런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하도급법상 기술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