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도 “실현 불가능할 것”
NATO와 달리 북·중·러 3국에 맞서
한국 “개념 찬성, 나라별 협의해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아시아판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정학적 논리와 복잡한 국제관계 등에 가로 막혔다.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14일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판 나토는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부터 아시아판 나토 창설 의지를 밝혔다. 아시아 주요국이 집단 자위권을 바탕으로 하는 안보 체계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자민당에 이 문제를 논의할 새로운 조직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부터 국내외에서 비판과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 교수는 “이념으로서 좋을지 모르지만, 일단 인도가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 반응과 관련해 “구상 자체를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부정적 견해의 배경에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주변국 사이의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 일본ㆍ한국ㆍ인도ㆍ필리핀ㆍ호주ㆍ뉴질랜드 등을 회원국으로 거론했다.
먼저 아시아판 나토는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평화 헌법과 배치된다.
나아가 이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안보기구가 결성될 경우 회원국마다 원치 않는 전쟁에 참여해야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인해 일본 오키나와까지 공격을 받으면 한국은 일본 편에서 참전해야 한다.
이밖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이 충돌하면 필리핀과 함께 중국과 맞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서 국지전 등이 발생하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나토의 경우 러시아 단일국을 대상으로 한 안보조약기구지만, 아시아판 나토는 북한과 중국ㆍ러시아 등 3국을 상대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단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외교장관 명의를 통해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안한 집단방위조약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되 나라별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놨다.
박철희 주일 대사는 8일 현지 간담회에서 “북·중·러 대응을 위해 다국적으로 안전보장 협력을 진행하는 게 좋다. (아시아판 나토는) 기본적으로 한국도 찬성이다”라면서도 “아시아 각국이 협의가 필요하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이른바 '인도태평양 4개국(IP4) 회의'를 연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4개국 수석대표는 현지시간으로 17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별도로 오임을 갖는다. 나토 회원국 없이 4개국이 별도 안보 회의를 여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호주 제안으로 성사됐다. 4개국은 나토의 파트너국으로서 향후 나토와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과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