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책임 면제할 방안 찾아야”
경제계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상법 개정안, 즉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는 법 개정 없이 기존 상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주주 간 이해 상충 사안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한국기업법학회와 공동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 이익 보호’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총 8건 발의됐다. 이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위해 소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 골자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는 우리 기업들은 무차별적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투자자금으로 쓰일 소중한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대규모 장치산업 중심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회사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와 주주 이익 보호’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정 서울대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들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법 위임 체계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이사의 충실의무(현행)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 노력 및 특정 주주 이익ㆍ권리 부당 침해 금지 △환경ㆍ사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 고려 등을 열거하자는 것이다.
정 서울대 교수는 “경영진이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추구할 유인을 갖기 때문에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대리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미흡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주가 저평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 이익 보호 및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일부 법안의 문구는 선관주의의무 등 상법의 다른 조항과 조화되지 않는 등 체계상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최 명예교수는 “기업 분할ㆍ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 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 줄 ‘경영판단원칙’ 도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