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원가 인상과 경기 악화를 직면한 대형 건설사가 스마트기술과 친환경 등으로 업역을 넓히며 새로운 먹거리 탐색에 나섰다. 국내 건설업 뇌관으로 꾸준히 지적돼 온 높은 주택사업 의존도가 점차 줄며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빌딩플랫폼 ‘바인드’(Bynd)를 신규 출시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지능화 기술을 활용해 빌딩을 구성하는 전체 시스템을 연결한다. 빌딩 인테리어 업체 아주디자인그룹의 고덕비즈밸리 신사옥에서 시작해 기존 오피스 빌딩 중심으로 점차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홈플랫폼 ‘홈닉’ 출시와 동시에 래미안 원베일리에 적용하며 플랫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공 중심의 건설 사업 영역을 넘어서기 위해 소프트 비즈니스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영재 삼성물산 부사장은 “정부의 스마트시티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주택과 빌딩 플랫폼 분야의 민간 사업자로서 상당한 지위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 4월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각·청각화 기능을 활용한 ‘노인·장애인 특화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공동주택 내에서 자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이 서비스는 5월 분양한 충남 아산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2차에 최초 적용됐다. 약 1년의 연구와 기술조사를 거쳤고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홈 구축 사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일찍이 스마트홈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업계 최초로 주택 분야 스마트기술 브랜드인 ‘아이큐텍’(AiQ TECH)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AI 음성인식을 이용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GS건설 또한 자회사 자이에스앤디(S&D)와 협업해 데이터 기반 미래형 주택 관리 시스템인 ‘자이 AI 플랫폼’을 출시, 전국 자이 아파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거주자의 생활 패턴을 정보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GS건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입주민용 스마트홈 서비스 ‘GS SPACE’도 꾸준한 개발을 거치고 있다. 지난해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입주민이 휴대폰으로 실내 기기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 커뮤니티 예약 등 단지 내 생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부문으로의 사업 확장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초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 원자력발전소 운영·유지 보수업체 한전KPS와 글로벌 SMR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MR은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활용하는 기술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유망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택사업 실적 개선과 별개로 신사업 발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EPC(설계·조달·시공)에서 운영·보수까지 SMR 생애주기의 모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중국 최대 국영 건설업체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이집트 신재생에너지청(NREA)과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생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집트에 태양광, 육상풍력 등의 발전소를 구축한 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처리 기술 중 하나인 순차적순환공정역삼투막(CSRO) 관련 특허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삶의 필수 재화인 소각·수처리시설도 시대에 맞춰 기술개선이 필요하다”며 “환경시설들이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선호시설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도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원가 상승과 인력 부족 등 당면한 건설업계 문제 해결을 위해 전반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택사업 등 기존 건설사업의 수익성 저하와 시장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려면 스마트 건설기술 등 신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경기가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는 더 보수적으로 주택사업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디지털 등 신사업 등을 확장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