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뇌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뇌 질환 진단 솔루션 ‘뉴로매치’ 개발
이진형 스탠퍼드대 신경학·생명공학과 교수(엘비스 창업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로 지역적·환경적으로 열악한 소외계층의 뇌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7일 이투데이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진행된 ‘2025 테크퀘스트’에서 “소외당하는 계층들에게 뇌와 관련한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인 여성 최초 스탠퍼드대 종신 교수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엘비스’의 창업자다.
전자공학자였던 이 교수는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뇌 과학자로 진로를 변경했다.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자 신경망으로 연결된 뇌를 전기 회로도처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2013년 엘비스를 설립했다.
엘비스는 뇌 신경회로를 디지털화해 뇌전증,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자폐 등 뇌 질환을 진단하는 AI 기반 딥러닝 소프트웨어 솔루션 ‘뉴로매치(NeuroMatch)’를 개발했다. 뉴로매치는 실제와 똑같은 가상의 모델을 쌍둥이처럼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다. 실제와 가상 모델이 연동돼 뇌파 등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가상 뇌가 구현되고 AI를 활용해 이상 부위를 찾아내게 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뇌가 다른 세포나 유전자와 어떻게 교류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뇌 질환은 전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큰 비용을 투자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게 중요했다”라며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했다. 뇌 질환 케어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뇌 질환 환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의료진 수와 자원 부족을 AI를 통한 자동화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뉴로매치는 웹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협업할 수 있게 해 의료진·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선 뇌전증 증상을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난해 공개했다. 해당 솔루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여러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2025년 수면장애와 알츠하이머, 2027년 파킨슨병과 자폐증 진단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1~3%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90% 이상이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뇌에 관한 데이터를 얻고 진단해주는 의료기관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진단을 받기까지 19달이 걸린다.
이 교수는 “뉴로매치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도 도움을 주고 신약·신의료기기를 개발할 때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실시간으로 개인이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질환자가 큰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 기다려 진단을 받는 건 쉽지 않다. 뉴로매치를 활용해 지역의 작은 보건소나 병원에서 측정한 데이터로 많은 부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적은 수의 의료진이 많은 환자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한다. 소외계층에게도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