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고사 관리·감독 매뉴얼 ‘미흡’…교육부 “대학 자율에 맡겨”
2025 수시로 80% 뽑는데 감독관 교육 등 관리 규정 보완해야
수능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최근 연세대 등 대학별고사 관리·감독 부실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수시 전형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관련 수험생들은 논술시험 무효를 청구하는 집단소송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교육계서는 수시 전형 감독·관리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연세대 논술고사에 대해 경찰 수사에 이어 수험생 집단소송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수험생·학부모들은 해당 논술시험 무효소송과 시험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조만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12일 연세대에선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지가 1시간 일찍 배부된 데다 휴대폰 사용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단국대에선 작곡과 화성학 실기시험 일부 문제가 뒤늦게 배포됐다. 13일 한성대 기초디자인 실기시험에서도 일부 고사장에서 제시어 관련 사진이 담긴 보조자료를 늦게 나눠줬다.
교육부는 대학별고사의 경우 관리·감독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학별로 감독관 선별도 제각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전형 등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한다. 교육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은 없다"며 "대학 자율 사항에 개입할 수 있는 내용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부실한 대학별고사 관리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2025학년도 수시가 대입 모집인원의 79.6%에 달하는 만큼 감독관 교육 등 수시 전형 감독‧관리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사태로 대학별 선발시스템에 있어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선발시스템에서 입시 근본인 ‘공정성’이 무너지면 대학별고사 등 시험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매년 대학별 논술전형 지원자가 최대 4만명까지 되는데 이들을 한 번에 통솔하려면 각 대학 교직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이 입시 자율성을 갖는 만큼 시험 관리에 큰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감독위원의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시 시험 감독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 고사도 수능에 준하는 감독 규정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는 ‘재시험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연세대 입학처는 15일 사과문을 통해 “입시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재시험에 대해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성호 대표는 “수능시험이 한 달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시험을 본다고 해도 타 대학 대학별고사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등 일정 조정의 어려움이 있다. 또 고사 기간에 맞춰 문제를 재출제하고 채점까지 하는데 기간이 촉박하다”며 “이미 연세대가 자체적으로 해당 사태에 대해 결정 등 해결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 등 정부의 공조 등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관련 책임자 문책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날 전체 4년제 대학에 공문을 보내 대학별고사 관리 철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