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적금 만기도래 대응
대출 영업 활성화는 아직
저축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5개월 만에 증가했다. 4년 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숨통이 트인 저축은행이 수신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 수신상품 만기도래와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00조9568억 원으로 전월(99조9128억 원) 대비 1조440억 원(1.04%) 늘어났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올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해 9월 117조8504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수신 잔액은 올 2월까지 계속 감소했다. 3월 103조7449억 원으로 전월 대비 0.02% 소폭 오른 후 다시 넉 달 연속으로 내림세였다.
이는 2022년 말 유치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하자 저축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수신금리를 낮추는 등 보수적 영업에 나선 영향이다.
그러나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부 저축은행이 예·적금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말 IBK저축은행은 파킹통장과 기업저축통장의 최고금리를 연 3.2%로 인상했다. OK저축은행은 최고 연 4.01% 금리를 제공하는 3년 만기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인 ‘OK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6’ 특판을 실시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저축은행의 조달 비용 하락으로 이어져 업권의 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저축은행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올려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확보한 수신고를 바탕으로 대출 영업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춘 이달 11일 이후에도 수신 잔고 확대를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DB저축은행은 이달 14일 최고 연 3.9% 금리를 제공하는 ‘M-다드림 자유적립예금’을 출시했다.
업권 전체의 수신상품 금리도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69%로 8월 3.65%보다 0.04%p 올랐다.
다만, 이 같은 수신고 확보가 활발한 대출 영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수신잔고 확대 움직임은 4분기 예·적금 만기 도래를 앞두고 ‘방어’하려는 성격이 강해서다. 업권 관계자는 “대출 영업을 본격화하려는 준비작업이라기보다 연말 만기도래 자금과 대출 수요에 대비해 유동성을 관리하려는 조치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또, 최근 수익성 개선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 조달 비용 안정화 등에 따라 비용이 감소하면서 얻은 효과이기에 (수신 잔액 확대가) 적극적인 대출 영업으로 이어지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8월 말 저축은행 여신 말잔은 96조5929억 원으로 전월(96조9415억 원) 대비 3486억 원(-0.36%) 감소했다. 여신 잔액은 2022년 10월 116조4187억 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올 5월 99조9515억 원으로 2년 6개월 만에 1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4개월 연속 100조 원을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