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역시 “우리 사회의 발전과 가족생활의 변화에 따라 혼인 제도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도 바뀌면서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혼 경위나 혼인 파탄 책임 문제까지 언급한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이혼 경위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주장하거나 배우자 혹은 상간자 같은 사람에게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해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뿐만 아니라 이혼 경위와 관련해서 사실을 얘기하더라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문제 되는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명예훼손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SNS를 하다 보니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이혼을 소재로 한 방송이 많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도 자신의 이혼을 소재로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SNS에 이니셜이나 별명으로만 글을 써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를 전혀 모를 때에는 특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 정도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이혼한 부부의 경우에는 서로 함께 아는 지인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SNS에 올린 영상이나 글은 뜻하지 않게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은 더 크다.
다만 법원은 글을 쓴 목적이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지인들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고자 하는 데 있고, 이혼하는 부부 사이 양육자 지정‧재산 분할 등은 이혼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독자들도 이를 고려하여 읽었을 것이므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 정도는 크지 않으며,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례도 있다.
필자는 본인의 이혼에 관한 얘기를 SNS에 올리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사례를 보기도 했다. 다만 자칫 명예훼손으로 뜻하지 않게 곤경에 처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