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
약 40% 진행…2026년 6월 완공 목표
‘탈탄소’ 연계한 생산 설비ㆍ기술 도입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는 금액으로도, 공사 규모로도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총 88만㎡(26만 평) 부지에 하루 근무자만 4200명이며, 내년 3분기에는 1만7000여 명까지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2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만난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사업단 컨트롤 디렉터(팀장)는 이같이 말했다.
아랍어로 ‘매’를 뜻하는 샤힌은 에쓰오일이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복합 석유화학 생산시설 건설 프로젝트다. 연간 180만 톤(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크래커와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TC2C’ 설비, 폴리머 생산공장, 저장 탱크 등이 들어선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앤씨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설계·구매·건설(EPC) 공사를 수행한다. 현재 EPC 공정 진행률은 39.8%다. 2026년 6월 기계적 준공이 목표다. 지난해 3월 기공식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건설 현장은 정지 작업까지 마치고, 초대형 설비와 크레인 등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공사가 잠시 중지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초대형 ‘크래킹 히터’였다. 스팀크래커의 핵심 설비인 크래킹 히터는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원료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6월부터 기계 공사를 시작한 8기는 액체 원료용, 추가로 설치될 2기는 가스용으로 총 10기의 설비를 구축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남 영암의 국내 플랜트 업체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해상으로 이송해 오며, 전체 모듈 설치가 완료되면 높이 67m에 달하는 10개의 크래킹 히터 설비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설비는 원유와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나프타, LPG 등 석유화학 원료로 직접 전환하는 TC2C 공정이다. TC2C는 모회사인 사우디아람코의 원천 기술로,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된다. 신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해 70% 이상의 제품 수율을 자랑한다.
스팀크래커·TC2C 설비에서 약 5.4㎞ 떨어진 해안가에는 에틸렌을 활용해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을 생산하는 폴리머 공장과 자동화 창고가 들어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BAU) 대비 35%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세운 만큼, 샤힌 프로젝트와 연계한 탈탄소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보다 탄소 감축 효과가 높고, 최초 설계 단계보다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절감하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TC2C 설비 운영에서도 저탄소 외부 스팀 도입, 폐열 회수, 공정 효율성 향상 등의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현재 12% 수준인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이 2026년 샤힌 프로젝트 완공 이후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모회사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설비의 높은 에너지 효율 등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부문장(상무)은 “중국발 공급 과잉 영향이 아주 없다고 볼 순 없겠지만 완공 시점(2026년 6월) 언저리에선 경기 회복이 전망되기 때문에 석유화학 매출 비중이 25%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