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 업종 분류 더 세밀해져야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가의 첨단 장비가 밀집된 데이터센터가 등장했지만 해당 시설에 대한 화재보험에 가입할 때 여전히 과거의 업종 분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따로 정성 평가 등을 통해 보완하고 있지만, 정교한 위험 관리를 위해 더 세밀하고 공통적인 산업 분류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화재보험을 인수할 때, 해당 시설을 전화국이나 통신국 등으로 단순하게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센터의 화재 위험도를 실제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보험사는 자체 위험평가 범위인 0.5~7.0 사이에서 데이터센터의 위험도를 1.25로 매겼다. 이는 다른 고위험 업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장비의 가격이 굉장히 높고, 가용률도 높기 때문에 단순 분류로는 정확한 위험 계산이 어렵다”며 “이러한 물건에 대해서는 현장 서베이 등을 통해 위험도 수준을 좀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사안에 따라 일반 업무 시설과 구분해 자체적으로 업종 분류를 시행했다. 일반보험 인수 시 직접 화재 예방 시스템 등을 확인하고 건물 상태 등 여러 요인을 보고 직접 확인해 판단하는 회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따로 쓸 만큼 큰 회사가 많지 않아 현장방문 등을 통해 위험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거에 인수된 물건 중에는 한 사옥에 서버실과 일반 사무실이 같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정교한 화재 위험 관리를 위해 각 산업의 발전 속도에 맞춘 새로운 업종 분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러 산업이 확장되고 세분화되고 있는데다, 디지털시대로 진입하면서 고가의 첨단 장비가 집중된 시설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스크린 야구장이라는 사업장이 새로 생겼을 때는 보험개발원이 관련 요율을 개발해 새로운 업종 분류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 업종을 따로 분류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이 새로운 요율을 개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보험사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는 있지만, 고객이 상품을 더욱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업계 차원의 공통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단순 전산 시설이라면 건물 내 설비에 대한 부분이 가격 차이가 크게 없을 수도 있어 일반 사무실과 같은 항목으로 보험을 인수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면서 “다만, 산업의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시설에 대해서는 일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