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앞두고 조직 재정비
연말 정기 인사도 '리밸런싱' 기조 이어질 듯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인적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 내달 1일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조기 인사를 통해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도 수장 교체, 임원 감축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3개 계열사의 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SK에너지 사장에는 김종화 SK에너지 울산 CLX 총괄이 선임됐다. SK지오센트릭 사장으로는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 SKIET 사장에는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내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앞두고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장 교체가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초 정기 인사를 하는데, 올해 5월과 6월 이례적인 수시 인사를 통해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ㆍ석유화학ㆍ배터리 시황의 동반 부진으로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을 겪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3500억~50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약세, 화학 제품 수익성 하락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대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역량을 갖춘 사장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임 사장 3명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김종화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양대 공업화학과(학사)를 졸업하고 1994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했다. SK에너지 엔지니어링 본부장, SK이노베이션 SHE(안전ㆍ보건ㆍ환경)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SK 울산 CLX 총괄을 역임하며 정유·화학 사업을 두루 경험한 생산 전문가다.
최안섭 사장과 이상민 사장은 각각 연세대 화학공학과(학ㆍ석사)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학ㆍ석사)를 졸업한 연구개발(R&D) 연구원 출신이다. 최 사장은 SK지오센트릭 최적운영실장, 전략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이 사장은 SK㈜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첨단 기술 개발을 거쳐 SK엔무브에서 냉난방공조(HVAC), 전기차용 윤활유 등의 신사업을 안착시키는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맞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강력하게 ‘운영효율개선(OIㆍOperation Improvement)’을 추진할 CEO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SK지오센트릭은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해 5개 본부를 3개로 축소하고, 전체 임원 수를 21명에서 18명으로 약 14% 감축했다.
재계에서는 12월 첫 주로 예상되는 SK그룹 후속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발표된 SK에코플랜트 조기 인사에서도 전체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 줄었다.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은 1972년생으로 전임인 나경수 사장(1964년)보다 8년 아래다. 이상민 SKIET 사장은 현 김철중 사장(1966년)보다 9년 아래인 1975년생으로, 작년 말 선임된 김양택 SK머티리얼즈 사장,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과 함께 그룹 내 ‘최연소 사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