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속속 사업 진출…기술 경쟁 치열해질 듯
국내 정유사들이 액침냉각유를 신사업으로 점찍고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2032년 약 3조 원 규모로 커질 액침냉각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에쓰오일은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제품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인화점이 250℃ 이상으로 높은 고인화점 제품으로, 위험물 안전 규제가 엄격한 한국ㆍ일본 등 동북아 시장에서 수요가 크다.
액침냉각은 열이 발생하는 서버 등의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찬 공기나 물을 사용하는 공랭식ㆍ수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아 전력 소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글로벌 최상위 서버업체가 제조한 서버를 활용해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제품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해 서버의 안정적인 구동과 열 관리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람코 자회사를 통해 다수의 액침냉각 시스템 개발사와 저인화점 제품 인증도 완료했다.
국내 정유사 중 SK엔무브, GS칼텍스에 이어 에쓰오일까지 액침냉각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2년 국내 최초로 이 사업에 뛰어든 SK엔무브는 지난해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자사의 액침냉각 시스템을 시범 적용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 기술을 적용한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선보이며 액침냉각유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유 브랜드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라는 액침냉각유 상표를 출원하는 등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액침냉각유를 포함한 윤활유 사업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큰 변동성 속에서 정유사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액침냉각유는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급격한 성장으로 데이터 처리량과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와 탄소 감축 등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2년 3억3000만 달러(약 4400억 원)에서 2032년 21억 달러(약 2조8000억 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액침냉각유가 적용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와 ESS 등 급성장하는 미래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여러 산업에 걸쳐 열 관리 솔루션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