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문제 해결에도 목소리
“당정갈등 유발” vs “새 기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30일 ‘변화와 쇄신’을 기치로 개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강강약약’(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이라는 보수의 새 브랜드로 당내 개혁을 주도함과 동시에 대통령실에 각을 세우는 ‘여당 내 야당’ 역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개혁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부터 강조해왔던 ‘격차해소’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8일 당 격차해소특위와 함께 참석한 서울 동작구 서울가족플라자 현장 방문 간담회를 “우리(보수)의 실질은 ‘강강약약’”이라며 약자를 위한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27일 청년과 함께한 ‘역면접’ 행사에서도 “우리를 볼 때 ‘강약약강’으로 보이지만, 우리 지향점은 ‘강강약약’에 가깝다”며 “그런 정치를 하려고 와 있고 그런 삶을 살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브랜드 확립에는 대권주자 맞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에 대항한 의도라는 해석이 강하다. 이 대표는 경제정책 브랜드인 ‘먹사니즘’을 앞세워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추진하며 대권 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다.
다만 ‘강강약약’을 두고선 당내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강강약약’이라고 했을 때 ‘새롭다’라는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라는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외적으로는 취임 후 줄곧 밝혀왔던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요구(대통령실 인적쇄신·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해소 노력)를 비롯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밀어붙이며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에서 22.07%포인트(p) 차의 압승을 거두며 보수층의 선택을 받았다는 게 친한(친한동훈)계 입장이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국민 눈높이’가 무엇인지 국민들께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100일 동안 그 밑 작업을 했다”며 “100일이 지나고 나면 밑 작업을 했던 변화와 쇄신을 마무리하고 우리가 정책정당으로서, 유능한 정당으로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정 갈등’을 유발해 당을 내홍에 빠뜨렸다는 비판은 상당하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두고 공개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이날 조찬 회동을 한 뒤 성명을 내 “대통령과 당 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 할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를 저격했다.
일각에선 “한 대표에 기회가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에 접어드는 데다 국정 동력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 김 여사 문제에 있어선 한 대표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도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의식해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나 김 여사의 서면 사과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차별화’는 정책적으로 달리했을 때 차별화인 것이고, 지금까지 한 대표가 보여준 건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었다”며 “대통령실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지 않되,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 딱지를 뗄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