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1일 형법상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형벌 규정의 확대 문제가 아니라 국익과 국민의 문제, 그리고 세계질서 속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철학의 문제”라며 “민주당도 말로는 개정에 반대 안 한다고 한다. 신속히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번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간첩법 개정을 강력히 주장해왔다”며 “간첩죄 적용 대상이 북한에 한정돼있기 때문에 만약 중국 국민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한다면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간첩법의 개정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간첩을) 제대로 수사할 곳이 민주당 정권의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로 사라져버렸다. 대공 수사권 정상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반도체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을 막는 법을 만들고, 수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근 한국 교민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다 간첩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된 사례를 거론하며 “지난해 중국에서 간첩 혐의 범위를 크게 늘린 개정법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적용해 장기간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외교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실효적으로 국민 보호에 나서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KBS라디오에서 “우리는 현재 주적을 북한으로만 한정 짓고 있는데 외국 스파이와 산업스파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의 외연을 확장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간첩법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블랙 요원’의 신분 등 군사 기밀을 유출하며 7년간 억대 현금을 받고 수십 건의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북한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아 간첩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고, 이에 여야 의원들이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