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쾌재다.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소식에 코스피, 코스닥 양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는 투자심리 개선으로 시장 수급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파급력이 국내 증시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는 1500만 명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얻는 투자소득에 대해 전면 과세하는 제도다. 금융 소득이 5000만 원을 넘길 경우 20%를 부과하며,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당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면서 시행 일정을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한 바 있다. 금투세 시행을 두고 여야 간에는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등 선거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단골 주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간담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지만, 4월 총선 결과 여당이 패배하면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제22대 국회에서 재입법될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이날부로 폐지의 길에 접어들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폐지로 단기적 시장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증시 호재는 금투세 폐지였다. 억눌렸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투자 심리 개선으로 특히 기관투자자 수급이 유입되며 증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라고 했다.
좀더 일찍 폐지로 가닥잡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어느 쪽도 결정되지 않아 금투세 TF를 만들거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상당했다"며 "폐지에 대해서는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나, 정치권에서 증권가에 이렇게까지 혼란을 준 데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세제 형평성 측면에서는 자본이득과세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은 세수 발목을 잡는다. 금투세 폐지로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라는 명분을 잃게 되면서 관련 세수 역시 큰 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 인하를 추진해오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세제 형평성 측면에서의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당의 추구해온 부분과 일치하지 않아 여전한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번 폐지로 코스닥 시장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부진했던 코스닥 시장의 해소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금투세에 반발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컸다"고 짚었다.
다만 금투세 이슈 소멸에도 미국 대선 결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등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은 지속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이 더 강하냐고 한다면 금투세보다는 미국 대선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이차전지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여부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