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사일로 러 본토 공격하자 푸틴 ‘핵 사용 기준 완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5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핵 억지력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러시아가 핵무기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 교리(핵독트린)’를 4년 만에 개정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의 지원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초강수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의 원칙을 현재의 정치 상황에 맞춰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함에 따라 러시아가 새로운 위협에 노출됐다고 판단, 핵무기로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에 대한 경고성이 강해졌다.

핵 사용 교리는 2020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개정된 것으로,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교리에는 러시아가 핵 억지력을 주로 핵무기 보유국을 대상으로 했지만, 개정 핵 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모든 공격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또 미사일‧전투기‧드론 등 대규모 항공 우주 공격에도 핵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국가 존립’ 위협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협할 경우로 바뀌면서 구체화됐다.

▲ATACMS 초기 버전. AP뉴시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하고, 이를 프랑스 등 다른 나토 국가들이 동조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첫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를 감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새벽 러시아 접경지 브랸스크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 공격했다.

시간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교리에 서명하기 전 우크라이나의 미국 미사일 발사를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기본 원칙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군사적 위협이 생긴 데 대한 조건을 명확히 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