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0클럽 가입 전망…100년 기업 도약 과제 앞둬
“일류기업은 선진국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통념을 깬 최초의 사례”.
2003년 삼성전자가 매출규모에서 일본 소니를 넘어선 것을 보고 세계 유수의 경영학자들이 내놓은 평가이다. 소니는 삼성전자의 오랜 벤치마킹 상대였다.
실상 삼성전자가 넘어선 것은 소니가 아니라 ‘추격자’라는 한국기업의 한계였다. 그리고 올해 11월1일로 창립 40주년이 되는 삼성전자는 ‘실적’으로, 국가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드러낼 전망이다. 매출 100조, 영업이익 10조 동시 달성, 이른바 ‘100-10클럽’ 가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100-10클럽’에 드는 기업은 20개가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정유와 유통 등을 제외한 전래의 제조 기업은 1, 2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100-10클럽’ 가입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과정을 통과하면서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삼성전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36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의 실적(연결기준)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97조1800억원, 영업이익 7조9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연결기준 사상 최대의 매출액과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구자우 연구원은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2% 상승한 135조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76% 오른 10조6000억원”을 전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에 영업이익 11조7500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선 적이 있고, 지난해 118조원의 매출액으로 처음 100조원의 벽을 넘었지만 이를 동시에 달성하지는 못했었다.
삼성전자 측은 “제조업체가 덩치만 키워서는 연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올릴 수 없다”면서 “기술력과 마케팅 그리고 원가절감 등 각 부문의 경쟁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4개 사업부문 모두 절대강자
‘100-10클럽’ 가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고 불혹에 접어드는 삼성전자의 ‘자축’이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실적의 내용이다. 3분기 실적을 놓고 볼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휴대전화, TV 등 4개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과거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영업이익이 75%를 차지해 이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을 TV와 생활가전에서 까먹는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문에서 모두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역시 세계 1위인 LCD분야에서도 8월 기준 10인치 이상 대형 LCD 점유율은 27.2%였다. 또 휴대폰 시장에서는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로 3분기 시장점유율은 20.3%가 예상된다. 분기별 점유율로는 처음으로 20%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TV에서도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도 시장 1위를 지킬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13분기 연속 1위를 고수한 것이다. 특히 TV는 소비자제품의 대표로 1위 독주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인지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2001년 64억 달러에서 올해 175억 달러로 지난 8년 동안 1.7배 증가했다. 또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순위도 올해 19위에 진입해 8년 전에 비해 25단계 상승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브랜드 순위 10위권 대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의 모험 경영과 기술력, 감성 마케팅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경영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영의 결실로 삼성전자는 아시아의 하청 생산업체 중 하나에서 불과 20여년 사이에 굴지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둔 삼성전자에게는 이제 드라마틱한 성장 이후가 과제로 남았다. 어떻게 해야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삼성전자 앞에 놓여있는 과제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4년 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이제 다른 기업들은 우리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거나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삼성이 기술 개발에서 경영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은 고독한 경주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벤치마킹의 대상 없이 스스로 산업을 주도하고, 기술을 선도해야 하며, 혁신적인 기업경영 방식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임직원 즉, 창의력을 갖춘 인재의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걸음은 이미 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첨단 사무공간과 자연, 문화가 공존하는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꿈의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창조와 혁신의 조직문화를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DMC부문 최지성 사장은 ‘꿈의 일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모든 기업들이 벤치마킹 해보고 싶어 하고 글로벌 인재들이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이지만 삼성전자의 핵심인력은 모두 한국인들”이라면서 “선두주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에 필요한 리소스를 보다 확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창립 40년, 세계 일류기업의 자부심을 갖춘 삼성전자가 진정한 세계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서 극복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