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주년을 맞은 2010시즌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이 지난 14일 아부다비 그랑프리(GP)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3월 14일 개막전인 바레인GP를 시작으로 지난 14일 최종전으로 열린 아부다비GP까지, 9개월에 걸쳐 열린 2010년 F1은 총 19개 그랑프리 무대에서 뜨거운 열전을 펼쳤다. 총 12개 팀, 24명의 드라이버가 경합한 2010시즌은 종국까지 월드 챔피언을 가늠할 수 없는 극적인 레이스가 전개됐다. 결국 레드불 레이싱이 컨스트럭터즈와 드라이버즈 양대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외에도 2010년은 역대 월드 챔피언 4인방의 격돌, 코리아GP의 역사적인 첫 개최, 캐나다GP의 F1 캘린더 복귀 등 풍부한 볼거리를 안기며 국내외 F1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짜릿한 흥분과 감동을 선사한 지난 9개월의 여정을 되돌아 본다.
2010시즌 포뮬러원은 총 24명의 드라이버가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이 중 우승의 기쁨을 맛 본 드라이버는 단 5명. 세바스찬 베텔(레드불 레이싱, 독일),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스페인), 마크 웨버(레드불 레이싱, 호주), 루이스 해밀턴(맥라렌, 영국), 젠슨 버튼(맥라렌, 영국) 등은 매 그랑프리마다 우승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올 시즌은 총 19라운드 중 18라운드인 브라질GP까지 5강의 순위 경쟁이 혼전 양상을 띄었다. 그러나 최종전을 남겨놓고 우승 후보는 페르난도 알론소와 마크 웨버, 세바스찬 베텔 등 3명으로 좁혀져 3파전에 돌입했다. 이 경기에서 세바스찬 베텔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페르난도 알론소를 4점 차로 따돌리는 짜릿한 역전극에 성공하며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세바스찬 베텔(만 23세, 7월 생)은 루이스 해밀턴(2008년 당시 만23세, 1월 생)이 세운 최연소 월드 챔피언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더불어 종합 순위 2위로 떨어진 페르난도 알론소는 비록 챔피언 타이틀을 아깝게 놓쳤지만 지난 2년 간 계속된 부진을 떨치고 화려하게 부활한 저력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또한 종합 3위를 차지한 마크 웨버는 팀 동료인 세바스찬 베텔에게 밀리지 않고 뛰어난 활약을 선보여 성공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편 올 시즌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역대 월드 챔피언 4인방이 격돌했다. 미하헬 슈마허(1994~1995, 2000~2004), 페르난도 알론소(2005, 2006), 루이스 해밀턴(2008), 젠슨 버튼(2009)이 펼친 별들의 승부였다. 총 19라운드의 레이스를 진행하면서 알론소 5승, 루이스 해밀턴 3승, 버튼 2승으로 3명이 우승 경험을 했지만, 유일하게 단 한 차례의 우승도 하지 못한 드라이버는 바로 7회의 월드 챔피언에 빛나는 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였다.
올 시즌 가장 강세를 보인 팀은 단연 레드불 레이싱이었다. 창단 5년 만에 역사적인 첫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을 거머쥐고 월드 챔피언 타이틀까지 석권한 레드불 레이싱의 성공은 이미 지난 시즌 예고돼 있었다. 브라운GP(現 메르세데스GP)가 챔피언십을 휩쓴 2009년, 레드불은 시즌 후반부 브라운GP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며 컨스트럭터즈와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레드불 레이싱은 경쟁팀의 압도하는 머신 성능과 스피드, 그리고 두 드라이버의 활약에 힘입어 F1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성공을 이끈 레드불 듀오는 9회 우승, 그 중 15번의 폴포지션 획득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기며 올 시즌 레드불이 가장 강력한 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사실 2010시즌 개막을 앞두고 페라리, 맥라렌, 메르세데스GP, 레드불 레이싱의 4강 구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지만 시즌이 전개될수록 레드불과 맥라렌의 양자 대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종 득점 결과는 레드불 레이싱 398점, 맥라렌이 354점. 레드불은 무려 44점이라는 큰 기록 차로 팀 우승을 차지했다.
맥라렌은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향상시켜주는 F-덕트 기술을 회심의 카드로 선보였지만 레드불 레이싱의 우수한 전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지난 시즌 고전을 거듭한 페라리는 올 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엔진으로 설욕전을 다짐했으나 간신히 3위에 머물렀고, 지난 시즌 우승팀인 브라운GP를 인수하고 미하엘 슈마허를 기용한 메르세데스GP는 4위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이로써 올 시즌을 마치며 신진 강호팀 레드불 레이싱은 F1의 정상에 우뚝 서며 ‘레드불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렸다. 전통의 강호인 맥라렌, 페라리, 메르세데스GP 등은 레드불 중심으로 재편된 지각변동에 위기를 맞으며 내년 시즌 새로운 머신과 기술 개발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올 시즌에는 신구를 대표하는 드라이버들의 성적표에 많은 이변이 있었다. 우선 4년의 공백을 깨고 F1에 복귀한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GP, 독일)와 지난 시즌 헝가리GP 예선에서 머리 부상을 당했던 펠리페 마사(페라리, 브라질)의 재등장은 F1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미하엘 슈마허는 7회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시즌 내내 단 한번도 포디엄에 들지 못하고 종합 9위에 그쳐 화려한 황제의 복귀에 기대에 걸었던 F1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펠리페 마사는 포디엄에 5회 올랐으나 이 중에 우승은 없어 예전만큼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미하엘 슈마허를 상대로 팀 내 경쟁을 해야 했던 니코 로즈버그(메르세데스GP, 독일)는 슈마허와 경쟁하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종합 7위의 성적을 거두며 메르데세스GP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신예 드라이버 중에서는 카무이 고바야시(BMW자우버, 일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고바야시는 신예답지 않은 공격적인 드라이빙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총 8번 득점권에 진입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니코 휠켄베르그(윌리엄스, 독일)는 브라질GP에서 예선 1위라는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차지해 영파워의 돌풍을 기대케 했다.
더불어 시즌 도중에 드라이버가 퇴출되고 새 드라이버가 영입되는 변화도 있었다. BMW자우버의 페드로 데 라 로사를 대신해 닉 하이드펠트(BMW자우버, 독일)가 15라운드인 싱가포르GP에서 첫 등장했고, HRT의 카룬 찬독(HRT, 인도)이 10라운드인 영국GP부터 빠지면서 사콘 야마모토(HRT, 일본)와 크리스티앙 클라인(HRT, 호주)이 남은 레이스에 출전했다.
2010년은 대한민국에서 역사적인 첫 포뮬러원 대회가 펼쳐진 역사적인 순간이 함께 했다. 코리아GP는 FIA(국제자동차연맹) 관계자들에게 ‘최근 10년간 가장 재미있는 경기’라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강한 비로 인해 경기 시작이 지연되고 레이스가 중단 되었다가 속개되는 등 혹독한 수중 레이스가 펼쳐진 끝에 탄생한 코리아GP의 첫 우승자는 페르난도 알론소였다.
이 밖에도 올 시즌에는 17년 만에 돌아온 재급유 금지 규정, 연료 탱크의 크기와 무게의 증가, 득점 포인트 체계의 변화 등 다양한 규정 변화로 스포츠의 극적인 요소가 극대화됐다. 또한 머신 한 대당 한 시즌 동안 엔진 8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엔진 관리가 시즌 막판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2011시즌은 대부분의 팀들이 현재 드라이버의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BMW자우버는 자우버로 팀명을 바꾸며 올 시즌 GP2를 2위로 마친 세르지오 페레스를 2011년 새로운 드라이버로 기용해 카무이 고바야시와 새로운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5라운드인 싱가포르 GP부터 BMW자우버에 합류한 닉 하이드펠트는 올 시즌 5경기만을 치르고 퇴장하게 됐다.
한편 14년간 F1에 타이어를 공급해 온 브리지스톤이 올해를 끝으로 F1에서 철수하고, 2011년부터는 피렐리가 새로운 타이어 공급업체로서 3년 간 F1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내년에는 인도GP 새롭게 추가돼 역대 최다인 총 20라운드로 펼쳐질 예정이다. 2011시즌 17라운드로 열리는 코리아GP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