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의무보험 무엇이 문제인가<上>]대형사고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지난 2008년 2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됐다. 온 국민이 타들어가는 숭례문을 지켜보면서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더욱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숭례문이 의무보험에 가입했어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고작 아파트 한 채 값도 못한 9500만원. 실제 복구비 2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숭례문은 다른 문화재들과 함께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화재보험에 일괄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00% 보상받을 수 있는 민간 보험사 의무보험 가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의무보험,필수적인 분야에 손해배상 위해 도입 = 현재 민영보험사가 사업자로 참여하는 의무보험은 자동차책임보험·화재보험·가스배상책임보험·항공보험·건설공사보험·수렵보험 등 약 51개이다.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은 계약자의 재산 손해를 보장해 주며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타인에게 입힌 손해까지 보장해 준다. 보험에 들지 않고 대신 사고가 났을 때 거액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계약자의 자유이다.
단, 보험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 가해자가 자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입혔을 경우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할 우려가 높다.
정부는 이 같은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의 수단이 미비한 상황을 예방하고 가해자의 재무능력을 담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분야에 대해 정책적으로 의무보험에 가입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대형사고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보상함으로써 책임자부담 원칙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 의무보험 실질적인 보완 필요하다 = 정책성 의무보험은 국가·사회적으로 도입 취지가 충분히 검토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법령 제·개정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사회안전망의 보완기능이라는 소기 목적에 부합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의무보험은 관리 및 운영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실질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저조한 가입률이다. 실제로 의무보험은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일반손해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의무보험 시장은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기준 2000억원 규모로 일반손해보험시장 2조7350억원의 7.2%를 점유하고 있다. 이중 가스배상보험, 화재보험, 항공보험, 기술보험 등이 계약건수와 보험료에서 전체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의무보험은 보험 종목별로 소관 부처 및 관리·감독관청이 산재돼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무부처의 가입대상 및 가입자 실태 파악이 미흡한 상태이다. 보험사 역시 의무보험을 다른 위험담보와 통합하여 판매하는 탓에 별도의 계약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무보험의 근거 법령상 가입 강제수단이 미흡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무보험별로 미가입자 제제수준이 상이해 근거법령에 보험가입 불이행시 벌칙·과태료 조항이 규정되지 않은 의무보험도 존재하고 있으며, 규정이 있어도 소관부처에서 미가입자에 대해 행정적 제재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및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의무보험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의무보험 여부조차 인식 못하는데다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공제 등 유사보험이 무분별하게 신설·난립해 민영보험사와 유사보험간 감독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보험 담보대상이 유사함애도 보상수준(보험금)이 차이가 나거나 법령상 보험가입금액이 낮은 것도 문제다. 종목별로 1인당 사망시 보상한도가 6000만원, 8000만원, 1억원 등으로 상이하며 유도선사업자, 체육시설업자 관련 의무보험 등 일부 종목의 경우 보험조건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다.
또 안전관리나 위험도 등에 따른 보험가격 차별화 및 세분화가 미흡한 상태이며 일부 의무보험의 경우 가입범위가 적절치 못한데다 공백지대(기간시설·산업시설·다중이용시설 등 화재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가 존재하는 의무보험도 있다.
여기에 의무보험을 도입할 때 공제의 무분별한 참여도 개선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약 53개의 의무보험 중 50%에 육박하는 25개의 의무보험에 대해 공제의 참여를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무관한 개별 부처의 필요에 의해 산발적으로 법령개정을 통해 신설됨에 따라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사와 같은 금융감독당국의 엄격한 관리 및 감독 없이 의무공제가 운영돼 보험료 덤핑, 보험계약 관리 미흡, 고객자산의 운영부실 등으로 가입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무보험의 운영은 보험업법 등에 의해 금융감독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 손보사로 한정하고 무분별한 공제의 참여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무보험, 저조한 개입률부터 개선해야 = 일단 의무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저조한 가입률이 개선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보험사간의 정보 교류체계 구축을 통해 가입대상자 및 가입자 데이터베이스(DB)를 집적하고 미가입자를 크로스체킹(Cross-Checking)하는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또 의무보험 미가입자에 대해 실효성이 없는 벌치 및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거나 면허, 등록취소, 영업정지 등의 패널티 조항이 강력하게 보완돼 반영될 필요가 있다.
반면 의무보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보험가입자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도 예기되고 있다. 이때 인센티브는 정부의 보험료 지원이나 세제 지원,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투자의사 결정시 기업의 리스크 평가요소에 보험가입 여부 반영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의무보험의 법령상 보상한도를 현실적으로 상향하고 의무보험을 빙자한 유사보험 판매에 대한 벌칙을 신설해 의무보험 계약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시장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보험 전문가는 “현행 사망기준 8000만원 수준의 보상금은 실제 피해액 보전에 부족할 실정”이라며 “단기적으로 자동차책임보험수준인 사망 1인당 1억원 수준으로 하되 장기적으로 주요경제활동인구의 사망평균지급 보험금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