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공연에는 인생 희노애락이 담겨있죠”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하루하루 꽉 짜여진 일과를 보낸다. 이렇게 바쁜 일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나를 위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신한금융투자증권 사내동호회 ‘칼리오페’ 회원들이다. 그들은 객장에 가면 투자자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한 눈에 볼 수 있듯이 공연이나 클래식에도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칼리오페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딸로 늘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며 서정시를 읊는 음악과 문학의 여신을 일컫는다. 동호회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칼리오페는 단순히 문화생활을 즐기는 차원을 뛰어 넘어 수준 높은 공연과 클래식 등을 찾아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한 단계 올려준다.
칼리오페 회원들은 모임이 있는 날 만큼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정장 차림으로 한껏 멋을 내고 예술의 전당에 모여 공연을 보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상에서의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내가 살아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뒷풀이로 맛집 탐방에 나서는데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곳을 찾아 만찬을 벌인다. 주로 각 지역마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이태리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데, 이때는 공연관람 후 소감이나 좋은 공연에 대한 정보교류 및 직장생활에 대한 조언 등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친목을 다진다.
직장내에서 동료들과의 관계가 조금 딱딱하고 사무적이었다면 칼리오페 회원들간의 관계는 가슴속 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우정이 끈끈하다. 또한 수준 높은 공연과 문화체험은 나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칼리오페 황지희 회원(홍보실 사원)은 “최근엔 한강에 있는 선상 레스토랑에서 클래식 연주를 들으며 뷔페를 즐긴 적이 있었는데, 마치 영화 ‘타이티닉’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면서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문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고, 직장 내 여러 부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창립멤버인 오준영 운영진(동부이촌동 영업소장)은 “클래식, 재즈에 관심이 많아 좋은 곳이 있으면 꼭 앨범을 사서 듣는 편인데 LP, CD들을 모으다 보니 벌써 1만5000장의 앨범을 모았다”면서 “좋은 곡들을 혼자만 감상하기 아까워 칼리오페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는데 그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사람들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밝혔다.
정기모임 때에는 동호회 회원 뿐 아니라 부부나 애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도 즐기며 사람도 사귀고, 덩달아 데이트까지 할 수 있는 1석3조의 기쁨을 누리는 회원도 많다.
신입사원인 이정호 회원(IT업무부)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오페에 가입하게 됐는데, 동호회에서 만난 선배들이 직장생활에 대한 철칙이나 일 잘하는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바람에 낯설게만 느껴졌던 직장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신입사원이라 눈코들새 없이 바빠서 여자친구 만날 시간조차 없었는데 요즘엔 모임에 함께 참석하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칼리오페의 정기모임은 한 달에 한번이지만 이를 아쉬워 하는 회원들이 많아 운영진들이 ‘번개모임’을 적극 추진해 즉흥적으로 소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들끼리 잦은 모임을 갖다보니 동료들 간 우정이 더욱더 끈끈해진 데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던 직장생활이 훨씬 부드럽고 즐거워졌다고 회원들은 말했다. 전 지점에서 하나 둘씩 모인 125명의 회원들이기에 공연관람 후 뒷풀이에서 피어난 이야기 꽃은 밤이 늦도록 이어진다.
백승관 운영진(IT지원부 차장)은 “일상생활에서 대중음악이나 영화는 언제든 즐길 수 있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 클래식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동호회를 통해 이런 공연 문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데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생활의 활력소를 얻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통 모임이라고 하면 ‘부어라 마셔라’하는 술자리나 ‘내기 골프’ 모임이 대부분이라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렇게 문화생활도 즐기고 마음의 양식도 쌓으면서 대인관계까지 넓힐 수 있어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