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동지서 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격돌
국내 최대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NHN이 지난달 ‘네이버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인터넷 검색에 이어 모바일 시장에서도 NHN의 파워를 입증하겠다는 것. NHN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네이버 설립자이자 현재 NHN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이해진(44) 의장이 있다.
NHN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 진출로 인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절대강자인 ‘카카오톡’과의한 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의 수장인 김범수(45) 이사회 의장이 이해진 의장과 함께 NHN을 설립하고 발전시킨 창업공신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동문이면서 삼성SDS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양사는 대표이사(CEO)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양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특히 지난 2007년 김 의장이 NHN을 떠난 지 4년만에 IT업계의 두 거목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정면격돌하게 되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이해진 NHN 의장- 검색·게임 이어 전자상거래·통합 SNS 등 신규사업서도 맹주 야망
5억원의 자본으로 시작한 이 의장은 회사 설립 이후 곧바로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검색서비스 기반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서비스를 개시, 당시 포털업계의 최강인 ‘야후’ 공략에 나섰다.
이 의장은 이듬해인 2000년 4월 서울공대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동기였던 김범수 한게임 대표와 뜻을 같이 하고 한게임과 합병, 현재의 IT업계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NHN(Next Human Network)을 만들었다.
이 의장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검색 사이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정보’라는 점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을 개발했다. 이어 선보인 ‘지식IN' 서비스는 오늘날의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이 의장은 뉴스, 지식쇼핑, 블로그 및 카페, 지역정보,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포털사이트로써의 위용을 갖췄으며, 지난 2009년에는 메인 페이지 개편을 통해 개방형 정보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제2의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NHN 사업구조의 또 다른 축인 게임시장에서도 꾸준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웹 게임 시장을 선도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NHN은 지난해 매출액 1조5148억원, 영업이익 5998억원, 당기순이익 4942억원을 기록했다.
NHN은 현재 일본과 미국에서 게임, 검색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단행,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비교적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NHN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NHN재팬이 비상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현재 정상적인 서비스는 제공 중이지만 지진 피해 수습 기간의 여파가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이 NHN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선택한 승부수는 오픈마켓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다. 이미 포화상태로 평가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네이버의 진출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미투데이,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톡’등을 가세해 이용자들이 어떤 환경에서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 '한게임 신화' SNS서 다시 쓴다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삼성SDS를 다니던 중 1998년 회사를 나온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후 학교와 회사 동기였던 이해진 NHN 의장과 의기투합해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을 주도하고 오늘날의 NHN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의장은 이해진 의장과 공동대표직을 맡아 국내인터넷 시장을 평정하던 중 2007년 회사를 떠나고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3년 뒤 김 의장은 ‘카카오톡’이라는 신무기를 들고 IT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세계 사용자들과 무료로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연락처 기반의 새로운 형태의 메신저 서비스로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3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카카오톡’은 현재 665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인구(약 750만명)의 80%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소통’이 중요시 되는 스마트기기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은 김 의장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당 일정금액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면 어떨까라는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김 의장은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개발자들에게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토록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김 의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회사의 가치상승과 함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당장의 이익만 보고 가지는 않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수익모델 개발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톡’에 대한 발전가능성을 본 이동통신기업, 검색업체, 상거래 사이트, 오프라인 기업들에서 제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성찬 다날 대표, 천양현 전 NHN재팬 대표, 남궁훈 CJ인터넷 대표 등 IT업계 거물들로부터 50여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향후 앱과 앱,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모바일 소셜 허브 기능을 담당하고자 하는 김 의장의 향후 행보에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