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통증도 병! "무조건 참는다고 능사 아냐"

입력 2011-10-0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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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통증환자 우울ㆍ불안ㆍ자살충동 보여…경구통증완화제ㆍ신경차단술 등으로 치료

‘통증’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가족을 잃은 죄책감으로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작은 통증도 치명적인 여자의 애틋한 만남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들은 통증에 무감각하거나, 또는 극도로 예민하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많은 이들이 참을만한 통증부터, 참을 수 없는 통증까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사랑’의 힘으로 치유해가는 영화와 달리 현실 속에서 통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통증은 ‘잠재적인 조직 손상을 동반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으로 정의된다. 통증 자체는 주관적인 감각이어서 특별한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참다보면 괜찮아 지겠지’하는 마음으로 견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증은 반드시 조절이 필요한 질병이다. 가천의대길병원 통증클리닉 김홍순 교수는 “만성통증 뿐 아니라 급성통증도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경계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이하 환자 10명 중 4명 자살충동= 만성통증이란 조직손상 후 원래의 상처는 다 나았으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로, 급성통증이 단순히 연장된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만성통증인 경우 집중력과 기억력 감소,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동반한다. 즉, 통증뿐만 아니라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원활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해 삶의 질을 현격히 저하시킨다. 통증 발생시 초기에 적극 치료해 만성통증으로 이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성통증의 경우 40대 이하의 청장년의 젊은 환자들이 중노년 층에 비해 더욱 심하게 앓는다. 또한 통증으로 인한 우울감, 불안감 등 부정적인 경험과 자살충동 등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대한통증학회가 최근 통증환자 1만26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대 이전의 젊은 환자들의 경우 치료가 어려운 신경병증통증과복합통증의 비율이 57.3%(2128명)로 치료가 쉬운 통각수용통증 (41.5%/1540명) 비율보다 약 1.4배 정도 높았다.

통각수용통증은 수술 후 통증, 다치거나 삔 후의 통증, 분만 통증, 관절염 등으로 인한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손상된 부위가 치유되면 자연히 소실된다.

반면 신경병증통증은 신경손상에 의한 난치성 통증질환으로 자극이 없는데도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을 느끼거나 약간의 불편감 정도인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신경병증통증,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문동언 대한통증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복합통증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통각수용통증으로 진단돼 적절한 치료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이라며 “젊은 층의 경우 사회활동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아 외상 등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통증질환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통증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통증을 참고 병원을 늦게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통증학회가 전국의 통증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의 42.6%(442명)는 전문적인 통증치료를 받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렸다. 1년 이상 시간을 소모한 사람도 31.1% (323명)나 됐다.

▲가천의대길병원 통증클리닉 김홍순 교수가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약물·물리·신경차단술 등으로 치료= 만성통증의 치료법은 다양하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핀,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와 같은 일반적인 경구통증완화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신경차단술은 척수신경, 말초신경, 뇌신경, 척수신경절, 교감신경절 등에 국소 마취제나 염증 감소제를 투여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간혹 신경 차단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신경의 기능을 아예 상실하게 하거나 마비시키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눌려서 부어있는 부기를 빼내고,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으로 사지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물리치료법도 있다. 마사지나 열과 냉기를 가하는 것과 같은 치료법은 첫 2~4주의 통증에만 효과적이다. 환자들은 보통 12주까지 운동 자세·보행 교정과 같은 적극적인 물리치료를 실시한다.

다른 치료법이 모두 실패했을 때는 마지막 방법으로 ‘신경절제술’을 시행한다. ‘열(heat)'을 이용해 뇌에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머리가 깨질 듯 아프거나, 어깨에 고통이 가해지는 경우에도 통증의 조절이 필요하다.

김홍순 교수는 “이유 없이 통증이 있을 경우 증상 완화 치료와 함께 진단적 검사로 혈액검사, 영상검사, 적외선 체열촬영, 진단적 신경차단술 적용으로 원인을 파악하며 필요 시 타과와의 협진을 통해 투약·수술·시술 등 치료 방향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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