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을 둔 회사원 이시현(49·가명)씨는 지난 8월과 9월 동안 아들의 각 대학 수시 전형료로만 70만원을 지출했다. 이씨의 아들은 수능 이후 수시 2차 전형 등에도 너댓 군데 더 지원할 계획이다. 2차와 3차 전형에 정시모집까지 합치면 전형료만으로 50만원 이상 더 쓸 수밖에 없다. 이씨는 이제 대학생 학부모 생활이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 전형료·맞춤논술…학부모 허리 ‘휘청’= 현재 대학별 수시 및 정시 지원 전형료는 10만원 안팎이다. 수시 전형은 일정에 따라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어 지난 해에는 무려 61곳에 지원한 수험생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작년에 비해 대입 수시 응시자가 30%가량 늘어난 만큼 올해는 대학의 전형료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회 박보환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181곳이 대입 전형료로만 2295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사교육비 지출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다른 과목보다 훨씬 비싸지만 수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 목동의 한 논술학원 강사는 “8월부터 지금까지 모든 강의가 꽉 찼다”며 “이곳을 말고도 대형학원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금지하고 잇는 야간 강의 개설을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3에서 대학1년생까지 최소금액은…= 우리나라 고교생 한 명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5000원으로 1년에 318만원의 수준이다. 자녀가 둘이라면 636만원 셋이면 954만원이다. 교과부 통계인 만큼 실제 사교육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형료와 수시대비 사교육비가 더해진다. 지난해 학생들은 전형료로 평균 약 40만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3곳의 전형료를 각 10만원으로 잡으면 약70만원이 된다.
올해 국내 4년제 사립대학들의 평균 등록금은 768만8000원이다. 신입생은 등록금 외에 100만원 안팎의 입학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진학하는 대학이 집에서 멀다면 월평균 약50만원의 자취비용이 추가된다. 이 경우 1000만원 수준인 보증금의 기회비용도 날아간다. 마지막으로 최소한 월 50만원에 달하는 생활비와 교재비 등은 더하면 이를 합산하면 단순계산으로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직접 비용만 2528만8000원에 달한다.
◇바빠진 수험생 ‘시간이 모자라다’ = 답답한 것은 학부모만이 아니다. 수험생들도 수능에 임박해 바빠진 수시 일정 때문에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고3 수험생 정은별(18·가명)양은 목표로 삼은 대학 11곳 가운데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4곳이 같은 날 논술고사가 겹쳤다. 정양은 “수능은 수능대로 수시논술은 논술대로 집중을 할 수 없다”며 “미리 시험 시간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시모집의 문이 좁아진 탓에 한두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바뀔 수 있는 상위권 학생들은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앞서 한국교육평가원은 만점자 비율을 1%수준으로 출제해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수험생들은 ‘못미덥다’는 분위기다. 평가원은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모의 평가에서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묻지마’ 지원 근절대책 나와야 = 교육계 전문가들은 지금 현상이 수시 과열 경쟁으로 빚어진 혼선인 만큼 수시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한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송현섭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너무 커서 최소한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제 수시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지원 횟수가 평균 3.7회 정도라는 조사결과에 비추어 볼 때 지원 회수를 5회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형료와 관련해서도 신순용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대표는 "학부모의 허리는 날로 휘는데 대학 전형료가 대학의 부수입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은 어떤 방향으로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