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서는 룰라 멤버 김지현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2001년 영화 ‘썸머타임’에서 파격적인 베드신과 노출신을 선보였던 김지현은 “제작사 측에서 베니스 영화제 출품작이라고 설명해 속아서 출연했다”고 밝혀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했다.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 노출을 감행했지만 남은 것은 흥행실패와 ‘노출 배우’라는 꼬리표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지현은 그 후 연예활동 침체기까지 겪어야했다.
여배우의 노출은 ‘양날의 검’과 같다. 과감한 노출로 화제를 모으고 이를 통해 한 발 도약할 수도 있지만 노출 이미지만 굳어져 향후 커리어에 ‘독’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배우 전도연은 1999년 영화 ‘해피엔드’에서 올누드 연기와 격정적인 베드신을 통해 상상 이상의 변신을 감행했다. ‘해피엔드’는 전도연에게 내재돼있던 더 큰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확인시켰다. 그 후 전도연은 ‘최고의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행보를 걸으며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이은주는 2004년 영화 ‘주홍글씨’ 출연 후 감당하기 벅찬 노출연기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았다. 이은주는 ‘주홍글씨’ 개봉을 앞두고 한 언론사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베드신을 찍을 때의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 장면을 찍고 서럽게 울었다. 난 배우이기 전에 여자이고 이제 겨우 스물넷이다”라고 밝혀 당시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다. 결국 이은주는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2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출 여배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이중적이다. ‘노출 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반사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막상 노출을 감수한 여배우들에게는 “관심을 끌려는 수작이다” “실력으로 안 되니 벗으려고 한다” 등 차가운 반응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에는‘○○○ 노출’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느라 바쁘다. 이쯤 되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배우들 입장에선 고민스럽다.
이들의 과감한 선택이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판단은 언제나 관객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