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행권 인사태풍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행장간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행장 임기가 남았음에도 교체, 사실상 부행장 대부분을 바꾼 반면 인사를 앞둔 하나은행은 대다수 부행장의 연임이 유력시 되기 때문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부행장 10명 중 5명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부장급 인사가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부행장에 올랐다.
그러나 은행권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 행장은 이번 인사에서 2년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 3명뿐 아니라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부행장 2명도 교체했기 때문이다. 남은 부행장 5명 중 2명은 외부 출신의 ‘전문직’이라는 점과 1명은 등기이사, 다른 1명은 KB금융지주의 IT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꿀 수 있는 인사 대부분을 바꾼 것이다.
문제는 임기가 남았던 부행장의 경우 실적 또한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곳이 신성장사업그룹 담당 부행장 자리다. 신성장사업그룹은 국민은행이 올해 야심차게 진행했던 대학생 대상 신개념점포 ‘락스타(樂Star)존’ 사업을 총괄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대학생 전용상품 ‘락스타 통장’ 개설 수가 9개월만에 20만좌를 돌파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또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 경쟁을 불붙인 강남스타PB센터 등을 총괄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뱅킹 등 신금융사업도 총괄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내부에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전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어윤대 회장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아니면 부행장을 할 스펙(Specification)이 안 된다는 학력차별 발언을 했다”며 “이런 전횡은 이번 부행장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인사태풍이 거센 국민은행과 달리 평온(?)한 분위기다. 특히 올해 연말 부행장 9명 전원의 임기가 끝나지만 외환은행 합병을 앞두고 있어 큰 폭의 인사는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도 부행장 6명과 부행장보 12명의 임기가 끝났지만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를 위해 대다수 연임시킨 바 있다.
하나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주요 임원들을 바꾸는 데는 부담이 있다”면서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연쇄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