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도에도 팔짱 낀 정부
“분양가격을 올리며 쉽게 돈 벌던 건설사는 금단현상을 겪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2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국토해양부 수장이던 정종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정부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은 건설사 구조조정의 촉매제로 작용, 현 정부 들어 3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이 단행돼 1~3차까지 총 52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의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책이나 회생프로그램은 전무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PF대출 연체율은 급증 = 한때 부동산 PF는 건설업체에게 장부상 레버리지의 대규모 증가 없이 외형상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이 침체하는 현재에는 건설업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08년 12월 이후 2011년 2월까지 11차례의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금융기관,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실태조사, 저축은행과 은행의 PF 대출채권 매입(저축은행 5조2900억원, 은행 2조2600억원 매입), 리스크관리 및 사후관리 체계 강화, 건전성 감독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처럼 정부의 노력이 건설경기 활성화가 아닌 금융 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진 까닭에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가중됐다. PF 대출 잔액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2010년 말에는 12.9% 그리고 2011년 1/4분기 말에는 12.3%를 기록했다.
은행의 경우 2009년 말에는 부실 채권의 상각과 사업장 정리 등의 조치를 반영해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2010년 말에는 유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증가해 2011년 3월 말에는 최고치인 5.3%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2008년 12월, 2009년 3월, 2010년 6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기금에 부실 PF 대출을 매각한 결과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였으나, 이후 연체율은 다시 상승했고 2010년 말에는 25%를 넘었으며 2011년 3월말에는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8개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도 22.8%를 기록했다.
보험의 연체율은 2010년 말 8.3%로 2008년 6월말의 2.4%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했다. 2008년 6월 말 6.6%이던 증권사의 연체율은 2010년 말에는 29.8%, 2011년 3월 말에 는 26.6%로 급증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빈재익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와 건설산업의 위기’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 제고 노력과 금융기관의 회수 및 매각 노력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을 축소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부동산경기의 회복 없이는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정부 차원 해결 노력 필요 = 업계는 건설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과도한 대출기준 및 무리한 담보 요구 지양, 정상 사업장에 대한 평가 및 신규사업에 대한 대출 실행 등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은 개별 금융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즉,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범정부차원의 ‘부동산 PF 대출 점검 지원 TF팀’을 구성·운영해 부동산시장 상시 점검 및 신속한 지원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금융권의 지나친 리스크 회피에 대해 공식적인 협조요청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공모형 PF사업에 대해서도 이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정부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상화 지원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채무상환 유예범위 확대, 신규자금에 대한 원활한 지원, 과도한 경영간섭 배제 등이 그것이다.
중견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진행시 채권단은 채권회수에만 집중하고 신규 투자는 중단해 경영정상화가 어렵게 된다”면서 “워크아웃이 실질적인 기업회생 지원제도가 되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