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소나기’의 주인공 돼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입력 2012-08-31 10:1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책한권 들고 작가와 만나는 여정

▲황순원 문학관 밖에는 소나기 광장부터 사방으로 수숫단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여행객들은 소나기 주인공처럼 인공비가 내리는 시간에 수숫단 속으로 몸을 피할 수 있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적극 동의하고 싶진 않지만 날씨가 선선해 책읽고 사색하기 좋은 때이긴 하다. 9월에는 유명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작품과 작가 개인의 삶을 되짚으며 여행해보자.

한국관광공사는 9월 문학이 묻어나는 관광지 몇 곳을 추천했다. 이번 주는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고장 양평군에는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이 있다. 사실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은 1915년 평남 대동군 재경면에서 태어났다.

작가와 특별한 연고가 없는 경기도 양평군에 문학관이 들어선 사연은 무엇일까? 문학관 관계자는 소설에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대목이 모티프가 됐다고 한다.

소나기마을에 가면 황순원문학관부터 관람하게 되는데, 출입구 왼편에 작고한 황순원 선생과 부인 양정길 여사가 잠든 묘역이 있다. 문학관 제1전시실의 테마는 ‘작가와 만남’이다.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선생의 삶을 조명하고, 집필 공간과 소장품, 유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생전의 모습이 전해지는 ‘황순원의 서재’다. 안내판에는 이 서재를 가리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황순원은 원고가 활자화될 때까지 자신만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기준으로 직접 교정을 본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자, 독자에게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게 하는 작가의 의무라고 말한다. 이런 성격은 서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재는 일체의 장식적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고 소박하다. 그의 서재는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과 같다.”

▲하루 세 차례 인공 소나기를 뿌려주는 소나기 광장
좌우로 길게 펼쳐진 서재 중앙에는 나무 탁자가 무게중심을 잡고, 책상에 원고지와 만년필, 돋보기, 스탠드가 놓여 있다. 책상 뒤편 벽에는 ‘늪’ ‘기러기’ ‘목넘이마을의 개’ ‘곡예사’ ‘학’ ‘카인의 후예’ ‘신들의 주사위’ 등 작품 제목들이 6폭 병풍에 담겨 있다. 평소 입고 쓰던 옷과 모자, 즐겨 읽었음 직한 책들이 꽂힌 책장도 한 부분을 차지하여 숨소리를 죽이고 있으면 작가가 서재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제2전시실의 테마는 ‘작품 속으로’다. 입구에서는 〈골목〉 〈밀어〉 〈우리 안에 든 독수리〉 〈늙는다는 것〉 〈옛사랑〉 〈나의 꿈〉 등 작가가 남긴 시를 감상한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소설 속 장면을 입체적 조형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보인다.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마을의 개〉 〈학〉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중·단편소설의 작품 세계를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은 ‘남폿불 영상실’이라고 불리는데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비와 바람, 번개 등 특수 효과를 동원해 소설 〈소나기〉를 4D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그날’을 감상할 수 있다. 상영 시간은 11분이며, 소설에서 느낀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황순원 선생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한 전시장.
문학관 밖으로 나오면 수숫단이 곳곳에 들어선 소나기 광장을 중심으로 산책길이 사방팔방 뻗어 있다. 소나기 광장에서는 오후 1시, 3시, 5시에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린다. 아이들은 비를 맞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수숫단 속으로 몸을 피하며 즐거워한다.

소나기마을에 가면 산책을 즐겨보자.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이 걸린다. 제1코스는 소나기 광장→사랑의 무대→고백의 길, 제2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들꽃 마을→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 제3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해와 달의 숲→학의 숲→목넘이 고개→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으로 짜여 있다.

문학관 관람을 마친 가족들이 체험 학습 장소로 찾아가면 양평군립미술관과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이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온 가족을 위한 기획전이 끊이지 않는다. 1층 어린이 체험 공간에서는 숫자 놀이, 목마 타기, 요술 의자 타기 등을 즐기며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카페와 야외 조각 공원도 있어서 여행 중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에서는 철갑상어를 관찰할 수 있다. 철갑상어는 이름만 상어일 뿐,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민물고기다. 상어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몸의 양옆과 등에 딱딱하면서 뾰족한 비늘이 5줄 있어서 마치 철갑을 두른 것 같아 그렇게 불린다.

▲황순원 문학관 제3전시실 나폿불 영상실에서는 소설 소나기를 4D 영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그날을 상영한다
기차역이나 등록문화재 답사에 관심이 있다면 구둔영화체험마을에 가보자. 구둔역이 있는 이 마을은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둔’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이곳 고지대에 진지 9개를 만든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지평면 주민뿐만 아니라 여주군 사람들도 이 역을 많이 이용했다.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된 구둔역은 2012년 8월 16일, 그동안 맡아오던 업무를 일신리에 새로 지어진 구둔역에 넘겨주었다. 중앙선 복선 공사가 완공되면서 신식 역이 생겨난 것이다. 역무원들은 옛 구둔역이 헐리지 않고 여행자를 위한 카페로 변신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