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금융권 문화 마케팅‘활발’

입력 2012-11-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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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할인카드ㆍ영화 결합예금… 젊은 감성 잡으니 관객이 고객으로

▲각 은행권과 카드사 등 금융권은 영화, 공연 등을 마케팅에 접목해 고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왼쪽),우리은행은 영화 ‘간첩’(오른쪽)과 연계한 예금상품을 판매했다. 현대카드는 ‘제이슨 므라즈’(가운데)의 부산 공연을 선보였다.
# 김문화(가명)씨는 뮤지컬 마니아다. 하지만 뮤지컬 한 편 당 티켓값이 만만치 않아 보고 싶은 작품을 다 볼 수 없다. 머리를 싸매며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는 시간은 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아쉬움이다. 하지만 A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작품을 30%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A신용카드사가 일부 작품에 한해 20~30%씩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 A신용카드를 만들어 행복한 공연 스케줄 짜기에 들어갔다.

# 예금통장을 하나 만들려는 회사원 최흥미(가명)씨는 흥미로운 마케팅을 접했다. 영화‘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 성적에 따라 가산금리를 얹어주겠다는 B은행의 마케팅에 끌린 최씨는 당장 B은행으로 달려갔다.

마침 주말마다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져 사는 회사원 최씨는 해당 예금계좌를 열고 연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 소식에 미소를 지었다.

최씨는“최고의 예금상품을 마련한 동시에 잊지 못할 예금통장을 만든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금융권이 문화마케팅으로 고객의 감성 잡기에 나섰다.

과거에는 돈의 쓰임이 의식주에 한정했다면 요즘 들어선 젊은 세대들이 문화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금융권도 이에 발맞춰 젊은 세대 공략에 나섰다.

은행권,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금융과 문화를 접목시킨 일명 ‘문화마케팅’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영화에 빠진 은행권 = 국내 은행들이 영화와 결합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연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문화예술 마케팅의 하나로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금리우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영화흥행 성적과 연계된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관객 수에 따라 연 0.2%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주는 ‘e-플러스 공동구매 적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열흘간 한시판매 하는 자유적립식 적금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관객 수와 함께 모집 계좌 수가 많아질수록 금리가 올라가 3년 만기 기준으로 △500좌 미만 모집시 연 4.3% △500좌 이상 연 4.4% △1000좌 이상 연 4.5%의 기본 금리가 붙는 방식이다.

우리은행도 영화 고객을 타깃으로 한 예금상품을 내놓은 지 오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시네마정기예금’을 통해 현재까지 9편의 영화와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최근에는 시네마정기예금 ‘간첩’을 2000억원 한도로 지난 5일까지 판매했다.

영화 관객 수에 따라 해당 상품 가입 고객은 최고 0.2%포인트 금리우대를 받게 된다. 상품 최저가입금액은 100만원 이상, 가입기간은 1년으로 기본 금리는 연 3.4%(지난 5일 기준)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 2010년 ‘KB영화사랑적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우 연 0.2%포인트 △적금 만기 두 달 전까지 KB카드로 3회 이상 영화 예매 시 연 0.3%포인트 △한국영화 관객 수에 따라 최고 연 0.5%포인트 금리를 우대한다.

◇ 공연, 전시에 빠진 카드사 = 문화마케팅이 가장 치열한 금융권은 단연 카드사다. 카드사는 서비스 할인 혜택 등이 곧바로 고객의 소비에 직결되기 때문에 문화마케팅은 대전(大戰)을 방불케 한다.

먼저 현대카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컬처 아이콘을 찾아 선별 소개하고자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문화 마케팅 브랜드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는 아이리시 포크록을 대표하는‘데미안 라이스’의 첫 내한공연과 하이브리드 팝의 아이콘‘제이슨 므라즈’의 부산 공연을 비롯해 감성 브리티시 록 밴드‘킨’의 내한공연과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연극 ‘블랙워치’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현대카드는 내달 12일부터 내년 4월 14일까지 9번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로 할리우드 영화감독인 팀 버튼의 미술 작품전을 연다.

앞서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스티비 원더와 레이디 가가, 에이넴, 비욘세를 비롯한 팝스타와 플라시도 도밍고, 빈 필하모닉&조수미, 이자크 펄만 등의 클래식 음악가를 국내 무대에 세웠다.

내년에는 2월 6일과 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8 시카고 심포니 & 리카르도 무티’를 열 예정이다.

삼성카드 역시 새로운 문화마케팅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삼성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삼성카드 셀렉트’(SAMSUNGCARD SELEC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 셀렉트란 삼성카드가 선보이는 문화공연 콘텐츠로, 삼성카드로 티켓을 예매시 추가 티켓을 한 장 더 제공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공연 서비스다.

삼성카드 셀렉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 공연을 필두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이승환 콘서트, 3월 뮤지컬 엘리자벳, 5월 뮤지컬 캐치미 이프유캔, 6월 버스커버스커 콘서트, 7월에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론칭했다.

지난 8월 11일에는 잠실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에서 7번째 삼성카드 셀렉트 공연인 ‘싸이의 썸머 스탠드 훨씬 The 흠뻑쇼’를 진행했다. 이번 삼성카드 셀렉트 07 싸이의 흠뻑쇼는 삼성카드를 이용한 결제율이 약 96%에 달할 정도로 삼성카드 회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흠뻑쇼’에 이어 삼성카드는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와‘THE 신승훈 SHOW’를 다음 주자로 삼았다. 두 공연 중 하나를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입장권 한 장 가격에 두 장을 제공한다.

신한카드 역시 ‘러브콘서트’로 문화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러브콘서트는 신한카드 문화마케팅 브랜드 ‘러브 시리즈’의 하나로 2009년부터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전국 투어 콘서트다.

올해에는 대전, 대구에 이어 오는 8일 광주, 다음달에는 부산에서 광주비엔날레, 부산국제영화제 등 문화 행사와 연계해 열릴 예정이다.

최근 비씨(BC)카드도 뒤늦게 마케팅 경쟁에 합류했다. BC카드는 지난 4일 회원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할 ‘BC 쇼케이스(SHOWCASE)’를 론칭했다.

‘BC 쇼케이스’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테마의 무대를 정기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컬처 브랜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문화마케팅이 승부수를 가르기도 한다”면서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의식주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 지향성으로 바뀌면서 금융업계의 마케팅도 이에 발맞춰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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