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용 원칙 속 대북관계 유연성 강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해외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미-중 대등 외교’기조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당선인의 중국 특사 파견은 해당 국가에서 파견을 요청하면 합의에 따라 특사를 보낸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동시특사 파견 관례를 깬 이례적인 행보다.
특히 미국보다 중국에 먼저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미국 편중 외교를 바로잡고 ‘대중 외교’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북관계에서도 유연성은 키우되, ‘북핵 불용’ 원칙은 고수하는 등 모든 국가와 동등한 입장을 취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4명의 특사단을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중국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김 전 단장 외에 심윤조 의원, 조원진 의원,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예방하는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최대 경제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발전과 안보문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번 특사 파견은 지난 10일 방한한 장즈쥔(張志軍) 중국 정부 특사가 박 당선인에게 특사 파견을 요청함에 따라 한·중 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박 당선인은 중국 특사 파견을 시작으로 상대국의 요청에 따라 순차적으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주변 4강에 대해서도 특사를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4강 특사를 일제히 파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대변인은 “특사 파견은 상대국들과 협의를 통해서 진행이 되는데, 미국에서도 특사파견 요청이 있어 절차를 논의하는 중”이라며 “다른 나라에 특사를 보내는 문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협의를 거쳐 특사단을 꾸리고 파견 일자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국가에서 먼저 특사 파견 요청이 오면 협의해 파견하되 일괄 특사 파견은 하지 않겠다는 당당한 외교 기조는 높아진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되 모든 국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주의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대선 기간 때부터 박 당선인이 강조한 외교 철학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북한 등 우리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국가의 지도자가 바뀌었거나 바뀌는 상황”이라며 “이들 국가와 대등한 외교를 펼쳐 나가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각국과의 외교관계를 풀어나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믿음직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북한과의 관계에도 합리적인 원칙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16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미국 정부 대표단과의 접견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히 대응하겠다”면서도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살펴볼 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화의 창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