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허영심이 많이 투영된 전형적인 ‘묻지마 테마’라는 우려가 항상 뒤따르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과거 유명인 테마는 연예인이나 재벌2세 등이 주도했다.
2005년 팬텀 열풍에서 시작된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한줄기로 연예인들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2007년 3월 ‘욘사마’ 열풍은 주식시장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영화배우 배용준씨가 최대주주로 오른 키이스트는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주가가 8만원까지 올랐다. 배용준에 이어 장동건(스타엠), 하지원(태원엔터테인먼트), 권상우(여리인터내셔널) 같은 연예인들도 주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면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
후끈 달아오른 연예인테마는 급기야 ‘주식회사 이영애’로 대변되는 사기극으로 이어지면서 정점을 찍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연예인 열광은 재벌로 넘어갔다. 이른바 ‘재벌테마’의 주인공은 LG그룹 3세인 구본호씨. 그가 인수한 미디어솔루션, 액터패스, 동일철강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구본호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여타 재벌 자손들의 테마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2007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는 마이트앤메인을 디질런트FEF로 우회상장시키면서 8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이로직스도 GS그룹에서 분리된 코스모그룹의 허경수 회장이 1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9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밖에 파라다이스그룹 2세 전지혜씨는 니트젠테크놀로지를, 박용호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는 뉴월코프 경영권을 확보했다.
엠비즈네트웍스 유상증자에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씨,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씨, 네오위즈 창업자 나성균씨 등이 대거 몰렸다.
상장회사 역시 앞다퉈 유명인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렸고 투자자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어떤 유명인이 어느 종목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문만 들려도 주가는 바로 움직일 정도로 혼탁한 양상이 전개됐다. 유명인 테마는 유독 대박 환상에 젖어든 국내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의 테마주들이 그렇듯 유명인 관련종목도 반짝 상승했다가 급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돈을 번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유명인 테마는 사실상 ‘폭탄돌리기’다. 마지막에 승차한 투자자가 쪽박을 차는 러시안룰렛 같은 위험한 도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