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원•은행•보험 소비자보호 강화… 금융사 ‘갑’인식 버려야 효과 극대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가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내지는 ‘금융소비자 권리 향상’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사실 그동안 소비자 권리와 보호 문제는 소비재 기업의 주된 화두였다. 고도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주도한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 없는 소비재 기업은 자리할 수 없었고, 고객만족 극대화는 소비재 기업의 숙명과도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산업계를 넘어 이제는 금융권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고민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할 상황이 됐다. 자금력을 내세워 금융소비자를 쥐락펴락하며 농락(?)했던 과거의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제도 정비·기관 신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등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분리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을 출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2분기 중 출범할 전망이다.
금소원은 전 금융권을 감독 대상으로 금융 민원 및 분쟁조정 처리, 금융약자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 등을 수행하게 된다.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도 갖는다. 금융소비자 보호 관행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에 이어 소비자보호처를 신설한 금감원은 지난 5월 ‘국민검사청구제’를 도입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망을 다중으로 갖춘 셈이다.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한층 강화한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이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주민번호 암호화 등 보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책이 가동된다.
금융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시행하면서 은행, 보험, 2금융권 등 각 금융업권도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금융지주사별로 하반기 경영전략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가 하면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부서를 신설·강화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할 것 없이 금융권 전 업권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움직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제도적으로 금융위 산하에 금감원과 금소원을 두는 것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효과적이냐는 논란이 그것이다.
두 기관의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이나 독립성 보장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제도 강화만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권리 강화에 대한 금융권의 인식 변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학력에 따라 대출 승인 여부나 대출금리를 차등할 만큼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했던 금융권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당국의 지속된 주문에도 불구 민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사 관련 금융소비자 민원은 전년 대비 1만건 늘어난 10만건에 육박했다.
올 들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민원 감축을 지속적으로 독려해 왔다. 하지만 올 2분기 17개 은행의 분쟁조정 건수는 486건으로, 1분기 358건 대비 35.7% 증가했다. 또 상반기 전체 분쟁 조정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난 844건이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에 뿌리내린 갑 의식이 쉽게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감독당국의 정책집행과 함께 금융권의 전반적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소비자 보호책 마련 과정에서 ‘금융사의 관점’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이나 금융사 모두 금융사 관점에서 보다 보니 일부 제도가 진전됐음에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할 때 제도 시행에 따른 실효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