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단순한 경영상 판단 실패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 교수가 작성한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 처벌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형법상 배임죄가 적용 범위와 기준이 애매모호한 만큼‘걸면 걸리는 범죄’라는데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독일, 일본 법학자들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배임죄는 행위 주체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규제 대상인 임무 위배 행위가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해 발생의 우려가 있거나 미수범인 경우에도 처벌하고, 목적범이 아닌 미필적 고의만으로 배임죄 대상이 되는 등 독일과 일본에 비해 더 포괄적인 구성요건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같이 불명확한 기준으로 기업인의 단순한 경영 행위 실패인지, 아니면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서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형량을 강화하고, 집행유예·사면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경영 판단상 실패의 배임죄 적용은 자칫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간 범죄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배임죄 폐지 여부를 쉽게 논의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상법상의 개정을 제안했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을 독일주식법 제93조 제1항과 유사하게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 제622조 단서에 ‘경영 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 배임죄 적용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 방안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의 면책 요건으로 도입한 다음, 이것을 배임죄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2단계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하고, 민사법적 영역에서의 논의를 형사법적 영역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