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하다. 예정된 시간에 드라마가 방송되지 않는다. MBC 월화 사극 ‘불의 여신 정이’가 23일 결방됐다. 24일도 방송을 못 한단다. 명백한 방송 사고다. 촬영장비로 인해 주인공 문근영이 눈 부상을 입어 결방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류로 인해 미국, 일본 등 드라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한국 방송가에선 두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방송 펑크에서부터 화면, 영상사고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의 여신 정이’뿐만이 아니다. SBS ‘아테나’, ‘넌 내게 반했어’, MBC ‘지붕뚫고 하이킥’ 등이 출연자의 부상으로 결방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SBS ‘싸인’, ‘시크릿 가든’은 화면 또는 음향사고가 일어났다. 드라마의 질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다. 한류로 드라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기회만 되면 외치는 방송사에서 출연자 부상으로 곧바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것은 단 1회분도 확보하지 못한 채 당일치기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후진적 방송 환경이 낳은 필연적 방송 사고다. 시간에 쫓겨 완성된 대본이 아닌 내용 일부만 나오는 기상천외한 ‘쪽대본’이 난무하는 것을 비롯해 계획과 준비 부족, 주먹구구식 무리한 촬영 강행 등으로 방송 사고가 일상화됐다. 우리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방송 사고가 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이 때문에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는 드라마 연기자들의 절규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것이며 한국 드라마의 질은 추락하고 한류는 침체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부는 지난 7월 30일 쪽대본으로 대변되는 열악한 드라마 촬영 환경을 개선하겠노라며 표준계약서 제정을 거창하게 발표했다. 발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불의 여신 정이’는 결방이라는 최대 방송 사고를 냈다. 참 황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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