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2400여개.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후 지금까지의 협동조합 수다. 1년 사이에 협동조합이 양적인 면에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우수한 협동조합 역사를 닮아가기 위해선 협동조합의 기본 태생의 원리 즉, 기본원칙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이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재형 농협대학교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는 “현재 협동조합 설립은 이에 대한 이해가 많이 없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옛 80~90년대 빈민운동을 했던 의식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의식을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비영리적인 성격을 갖는 사회적 협동조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도 일반 협동조합이 많이 설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의 문제에 대해서 이 교수는 “협동조합의 기본정신 중 하나가 바로 자율, 자립인데 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협동조합은 자생적이고 자립적으로 발전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협동조합의 ‘형’격이라고 할 수 있는 8개의 협동조합 중앙회가 리더십을 갖고 이들에게 대출 등 여러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외면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수원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상담센터장 또한 현재 상황에서 지원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센터장은 “국가 보조금과 같이 지원금이 나왔을 때 무작정 지원금을 위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도 인건비 지원이 끊기는 시점에서 자립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려를 나타났다. 오히려 직접적인 지원보다도 설립 상담이나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현장에서 느끼는 자금 조달의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하고 확대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신뢰와 공동의 필요를 확고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 센터장은 “조합원과의 신뢰와 과연 어떠한 필요로 협동조합 설립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으면 바로 실패하게 돼 있다”며 “상부상조의 원칙과 이타심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직후보다 약간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안정적인 정착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대훈 협동조합 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초기에 협동조합이 무엇이냐는 기초적인 질문에서 마케팅, 수익모델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지표로 나타내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즈니스 모델로서 자생할 수 없는 협동조합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 조합원들이 사업을 구상하고 정밀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데 많은 애로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한 지원체계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산하 조직에서 상담센터 운영 등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 팀장은 “기술개발이나 시장개척이나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동조합 금융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