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밀양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 지 126일만인 2일 오전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한국전력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송전철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때문에 밀양이 ‘죽은 땅’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69개가 세워질 예정인 밀양 송전탑은 일반 송전탑의 5배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대부분을 산 위에 세워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으나,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이 밭과 마을 한가운데 세워진 사진들을 공개하며 반발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관련 보상금 규모도 논란이 되고 있다. 8억8000만원 시가의 임야에 대해 국가가 제시한 보상금이 680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
그러나 주민들이 돈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탄원서에는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농사만 지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이 할매는 욕심 없습니다. 오직 요대로 살다가 죽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는 요대로만 살고 싶습니다. 보상을 더 받으려고 공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송전탑이 꼭 필요한 전기공사라면 사람이 안 사는 먼 곳으로 공사를 하든지 백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없고 옛날처럼 밭에 채소 일구면서 지금 이대로만 살게 해주세요” 등의 문구가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1일 ‘밀양 송전선로 공사재개에 따른 호소문’을 발표해 “국가기반사업인 송전선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주민 여러분의 갈등과 전 국민이 큰 걱정을 하는 현재의 상태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다수 밀양 주민 여러분의 의견이라고 본다”며 “신고리 3, 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강행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월 고 이치우(74,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씨는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자 “내가 죽어야 해결된다”며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자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