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서 스티비 역을 맡은 배우 허규라고 합니다. 저는 밴드로 음악생활을 하던 중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말해보고 싶어요.
2002년 ‘포비든 플래닛’이 저의 뮤지컬 데뷔작이에요. 당시 LG아트센터에서 크게 했던 공연이에요.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해야 되는 뮤지컬이었는데 저는 기타를 직접 연주했어요. 짧은 시간에 배우를 훈련시키는 것이 무리가 있으니까 그게 가능한 배우를 찾던 것이 제가 됐죠. 그때는 음악에 빠져 있었기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어요.
그리고 7년 후 ‘오디션’이란 뮤지컬을 다시 하게 됐어요. 그것도 역시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해야 하는 록밴드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었죠.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 역할이었고요. 배우들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소개받게 됐어요. 뮤지컬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그때였어요. 처음에는 재밌게 한 번 하고 말 줄 알았는데 다시 하면서 연기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때 뮤지컬을 계속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기보다는 공연하는 게 재밌다보니 자연스럽게 ‘아, 이건 계속 앞으로 계속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때 밴드 데뷔 16년차였어요. 밴드는 오래하다 보니 익숙하기도 하고 일상처럼 변했을 때 뮤지컬은 신선하고 새로웠죠.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보다 캐릭터로 노래를 하니 몰입이 잘 되는 것 같았어요. 보는 사람도 허규를 모르지만 더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밴드 활동 때 봤던 대중들은 자기가 아는 연예인이나 가수가 아니면 마음을 닫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뮤지컬 무대에서는 누군지 몰라도 스토리 안에서의 저를 봐주니까 마음을 열고 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에 대해 잘 모르지만 몰입하는 관객들이 뮤지컬을 계속하게 된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이 내 인생의 메인이지만, 매력이 많은 뮤지컬도 음악과 관련된 한 영역이고 제 중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