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쟁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새누리당 친박계와 친이계가 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당초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을 사실상 거절했지만, 친이계와 소장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내부 분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헌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8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친이 좌장 이재오 의원은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지만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은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라며 대놓고 반대에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해는 가지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당은 대다수 국민과 여야 의원 다수가 동의하는 개헌위원회를 만들고, 이번 임시국회부터 개헌특위를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정몽준 의원도 “개헌 논의는 필요하다”며 이 의원을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 의원은 “개헌보다는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를 살리는데 우선 과제를 둬야 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 중에도 혼잣말로 “무슨 개헌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도성향의 소장파들도 속속 개헌 논의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개헌불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도·소장파인 홍일표 의원은 “어느 대통령도 자기 임기 내에 블랙홀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런 식이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며 “국회의장도 개헌자문위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논의 자체를 막아버릴 필요는 없지 않나. 국회 차원에서 하는 것을 대통령께서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을 비롯한 개헌파 의원들은 조만간 지도부와 청와대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새누리당 개헌파 의원들은 야당과 함께 지난 12월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올해 1월 중으로 개헌안을 발의키로 한 바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지난 2일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자문위원회’를 1월 중순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