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세계최대 맥주 회사인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에 재인수됐다는 소식에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하루 만에 3% 넘게 빠졌다. 세계 최대 맥주 회사를 등에 업은 오비 맥주의 선두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올 상반기 롯데주류의 맥주시장 진출이 예정돼있어 어떤 형태로든 맥주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전날보다 650원(3.02%) 하락한 2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하락한 것은 하이트진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Hite’브랜드를 ‘D’로 대체한 이후 브랜드력의 저하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베브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하이트진로로서는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하이트 맥주는 시장점유율 58.1%로 오비맥주 41.9%를 여유 있게 앞섰지만 2009년 7월 사모펀드인 미국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인수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뒤집어, 현재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대 맥주회사를 등에 업은 오비 맥주의 선두체제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오비가 당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지에 대해서 금융투자업계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장인수 대표이사 경영체제와 영업조직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B인베브의 등장이 올 한해 국내 맥주 시장 자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반기 롯데주류의 맥주시장 진출이 예정돼있는 데다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출시를 비롯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우원성 연구원은 "향후 맥주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인베브로 인해 오비맥주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와 롯데가 맥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어떤 마케팅을 펼치고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이트진로에 대해선 "주력 품목을 수도권에서 ‘Hite’브랜드를 ‘D’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교체하고 있는 과도기였다"며 "따라서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베브의 재인수로 국내 일반 맥주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주가로 봤을 땐 시장은 이 상황을 안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맥주시장 전체의 판매량 감소도 있지만 분명히 하이트의 브랜드 약화도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인베브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 하이트 입장에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프리미엄 맥주시장의 성장도 점쳐진다. 최근 국내 맥주시장은 프리미엄 맥주를 중심으로 질적인 성장을 해왔는데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통해 버드와이저·코로나·호가든 등 의 브랜드의 국내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란 판단도 오비맥주 재인수에 영향이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