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문어발식 확장… 법정관리 이후 8개 계열사로 축소
웅진그룹은 1980년 창업주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출판사 ‘헤임인터내셔널’을 모태로 성장한 대기업집단이다. 윤 회장은 강덕수 전 STX 회장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로 꼽히는 오너다. 그는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브리태니카의 한국법인 한국브리태니카 사원으로 입사해 30대 초반에 임원으로 고속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상무를 마지막으로 1980년 회사를 퇴직해 헤임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출판·학습지 분야에서 성공한 웅진그룹은 웅진식품을 시작으로 잇따른 M&A(기업인수 및 합병)를 통해 재계 30위권 그룹으로 올라선다.
◇윤석금 회장 M&A로 그룹 외형 확대…무리한 사업 확대로 법정관리 = 웅진홀딩스(헤임인터내셔널)는 설립 당시 신군부의 ‘과외금지 금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학생들이 입시학원에 가기 어렵게 되자 유명 학원 강사들의 강의를 녹음한 테이프 교재 ‘헤임 고교학습’을 출시했는데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어 아동전집물 ‘어린이마을’, 정기구독 학습지 ‘웅진아이큐’ 등 거침없는 성장기를 맞는다.
웅진그룹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때는 1987년. 부식물 제조업체인 웅진식품(당시 상호 동일산업)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웅진식품은 아침햇살, 자연애, 하늘보리 등 히트상품을 생산하며 국내 음료 시장 강자로 군림한다. 특히 웅진식품의 경우 탄산음료가 아닌 쌀, 보리차 등 전통적인 음료 위주의 히트상품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1989년부터는 정수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를 위해 한국코웨이(웅진코웨이)를 설립하는데, 외환위기 당시 경제가 어려워지자 ‘렌탈 마케팅’과 정수기를 점검하는 ‘코디서비스’로 성공을 거둔다. 웅진코웨이는 그린엔텍 100%, 에임코리아 100%, 삼양정수 61.86%를 소유하며 웅진식품과 함께 그룹의 알짜계열사로 자리잡는다.
웅진그룹은 2000년대부터 대형 M&A을 통해 비약적인 외형 확장을 이뤘다. PDA제조업체인 웅진에스티와 골프장 렉스필드를 설립했고(2003년), 웅진에너지(2006년), 웅진폴리실리콘(2008년)을 설립해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했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전까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지분을 각각 38.1%, 50.4% 보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극동건설을 인수했는데 훗날 법정관리의 주범이 된다. 극동건설은 이케이건설 100%, 케이엠케이디 70%, 합덕산업단지개발 75%, 웅진비나코리아 50%, 오션스위츠 100%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건설사다.
마지막으로 삼성그룹의 계열사에서 새한그룹으로 넘어간 새한을 인수한다. 새한은 훗날 웅진케미칼로 사명이 변경되며, 웅진코웨이의 자회사가 된다. 법정관리 전까지 웅진케미칼 지분은 웅진코웨이와 윤 회장이 각각 45.2%, 8.6%를 보유했다.
이밖에 윤 회장은 지분 93%를 출자해 웅진캐피탈을 세운다. 웅진캐피탈은 서울상호 저출은행 47.7%, 웅진금융파트너스 20.3%, 르네상스제일호PEF 0.33%, 웅진루카스투자자문 45.1%를 보유했다. 웅진금융파트너스PEF는 웅진금융제이와 웅진금융제일을 100% 소유했으며, 웅진금융제일은 늘푸른저축은행을 100% 갖고 있었다. 웅진금융제이는 다시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지분 23.5%를 출자했고, 윤 회장이 르네상스제일호PEF에 16.6%를 출자하는 등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무리한 M&A가 몰락 불러…법정관리 시기 2세에 웅진홀딩스 지분 이동=웅진그룹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다. 당시 경기침체로 많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극동건설도 2012년 부도를 냈다. 사업확대에 따른 부채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같은 해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그룹은 핵심 계열사를 팔아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웅진코웨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웅진식품 역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는데, 당시 음식료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법원에서 인가받은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추정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495억원이었으나 2배 이상 높은 1150억원에 팔렸다. 웅진케미칼은 도레이첨단소재와 현재 매각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웅진캐피탈은 파산으로 계열에서 제외됐다.
웅진그룹은 알짜 계열사들의 성공적인 매각으로 16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법정관리 후 그룹은 총 8개의 계열사로 축소됐다. 웅진홀딩스는 현재 북센 68.8%, OPMS(북센이 50% 소유), 웅진씽크빅 28.3%, 웅진에너지 38.06%, 웅진폴리실리콘 22.28%, 웅진플레이도시 100%, 오션스위츠 100%, 태승엘피 100%를 거느리고 있다. 태승엘피는 지난해 12월 23일 계열 편입됐는데, 회생채권 부인권 소송 등을 수행하기 위해 신설한 법인이다.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은 윤 회장이 43.2%를 소유하고 있다.
북센은 오피엠에스(51%)를, 웅진씽크빅은 케이지패스원(77.06%)와 캠퍼스미디어(80%)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현재 자회사 케이지패스원과 캠퍼스미디어 매각을 진행 중이다.
테마파크 웅진플레이도시와 제주도 호텔인 오션스위츠는 그룹 내에서 위치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법정관리 전 골프장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의 자회사였고,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은 극동건설이 지분 43.2%를 보유한 계열사였다. 극동건설 부도 후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은 윤 회장 지배 아래 놓이고, 웅진플레이도시는 웅진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로 자리잡는다. 오션스위츠 역시 극동건설이 100% 소유한 자회사였다. 극동건설 부도 후 계열사인 웅진식품에 매각됐다. 그러나 법정관리 중 미래글로벌에 오션스위츠 지분 100%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글로벌과 잡음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웅진홀딩스가 오션스위츠 지분을 취득해 웅진홀딩스 계열사가 됐다.
이 사이 윤 회장 일가의 지분에도 변화가 생겼다. 윤 회장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웅진홀딩스 지분 6.99%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장남 윤형덕 웅진씽크빅 기획실장과 차남 윤새봄 웅진케미칼 경영기획실장에게 매각했다. 두 아들은 현재 웅진홀딩스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웅진케미칼 지분도 각각 4.96%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