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ㆍ한국경제연구원 소장
대통령은 비정상의 대표 분야로 공기업을 지적한 바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낙하산 인사 등 효율 측면에서 보면, 비정상일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상이 아니다. 공기업뿐 아니라 모든 조직은 조직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한다. 집단이익도 결국 집단 구성원들의 사적이익과 연계되어 있다. 이들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정상적이며, 비정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비정상이라 생각한다. 이런 시각의 차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보는 비정상은 국가 전체의 공익 측면에서 평가인 반면, 이해집단에겐 공익이나 비정상의 개념보다는 사익이 우선한다.
국가미래를 생각하면, 대통령이 진단한 비정상은 개혁되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생각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면, 절대 비정상은 존재할 수 없다. 현재 비정상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번 철도공사의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잘 보았다. 국민들은 민영화를 나쁜 제도로 보고, 이해집단들은 이러한 감성을 확대·재생산하려 했다. 공익 입장에서 보면, 공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향은 민영화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러한 방향에 공감하지 않으면, 절대 공익을 위해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없다. 오히려 개혁이 ‘정상의 비정상화’로 비춰질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판단은 국민과의 공감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들과 비정상에 대한 인식을 공감해야 한다. 이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공기업 등 이해집단들은 공공성, 사회적 대화 등의 달콤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들만의 논리로 국민의식을 점령하였다. 대통령만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의 뿌리를 바꿀 수 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란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대표하는 용어를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재산권,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업의 가치 등이 가지는 의미를 질문하고, 고민토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점차로 자유주의적 토양을 갖춘 국민들의 의식이 생겨난다.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을 통해 여러 가지 정책안들을 발표했다. 100가지에 이르는 구체적인 실천 정책은 기술적이고, 어려운 정책도 많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에서 경제성장으로 바뀐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에 동조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다. 경제는 정치의 뒷받침이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경제정책은 정치과정을 통해서만이 현실화될 수 있는 세상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안이라고 해도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똑똑한 참모들이 만든 기획안일 뿐이다. 우리 정치권에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해선 안된다. 정치인은 여론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는 아바타일 뿐이다. 국민들이 비정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 정상화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반면에 이러한 측면을 무시하면, 대통령만의 비정상이 되고, 그들 눈에는 ‘정상의 비정상화’로 비춰진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비정상의 정상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대통령의 정교한 정치적 몸짓이 필요하다.